"군납고추를 납품하자면 모두 9군데나 뇌물을 써야 합니다. 군 급양대는 기본이고 농협과 고춧가루공장 관계자, 비호세력에 대한 정기적인 뇌물에다 2차례를 거치는 농협 수수료 등 고추가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듭니다".
13일 안동시내 고추시장에서 만난 한 군납고추 상인 ㄱ(45)씨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근당 4천800원으로 납품 단가가 책정된 군납고추는 2등급으로 시중가는 3천500원선이지만, 이 고추를 수집해 군납 단가를 맞추기는 어렵다는 것. 군납 차액 1천300원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모두 뜯겨 남는 게 없다는 것.
때문에 군납에는 해골초, 희나리, 묵초(3~5년 묵은 고추) 등 하급 고추가 마진폭이 좋아 인기라는 것. 고추상인들은 군납업자들이 즐겨찾는 이 하급초를 모아두는 게 돈벌이의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다.
일단 농민들이 모아 둔 하급초는 600g 1근당 300~600원선에 수집돼 고추 수집상들이 꼭지를 따는 등 손질하면 군납업자 손에는 1천400~1천500원 선에 넘어간다. 군납 단가와의 차액은 무려 3천300~3천400원. 중국산을 섞고 뇌물을 건네는 등 '차 떼고 포를 떼도' 근당 1천500원에서 2천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어 군납업자는 하급초를 마구 납품, 일확천금의 유혹을 받게 된다는 것.
"농협은 농민들로부터만 고추를 수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인과의 군납 고추 거래 자체가 불법이지요. 때문에 곳곳에서 손을 벌립니다".이같이 불법 고추를 매입하는 데도 농협은 명의를 대여해 줬다는 명목으로 남품량 총액의 3, 4%를 수수료로 뗀다.
이 과정에서 농협 간부와 직원들이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는 것. 이처럼 군납업자 고추가 농협을 거치면서 4, 5차례의 뇌물이 건네진다. 불량 고춧가루가 급양대와 품관소 등의 품질 검사와 군납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하자면 심지어 사병에게도 뇌물을 건네야 할 정도로 곳곳에 돈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군납 고추에 대한 리베이트는 근당 200원입니다. 연간 군납 총량이 1천여만근에 이르는데 근당 200원의 리베이트는 엄청난 액수지요. 비리가 지속되면서 이 리베이트는 전국 어디에서도 거의 정액화돼 있고, 비호세력에게 연중 수시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됩니다.
그러나 일단 군납업자로 선정되면 하루 아침에 수백만t의 군납고추를 취급하는 고추 거상이 됩니다. 농협으로부터 군납 고추포대만 받으면 돈 한푼 없어도 전국 고추상인들이 줄을 서게 됩니다. 하급 고추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죠".
군납비리의 충격적인 사례를 폭로한 그는 군납업자 선정 자체가 특권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에 영향력이 있는 실력자가 협조를 구하는 형식으로 관련 농협 조합장이나 공장장 등 임직원에게 '언제쯤 누가 찾아 갈테니 잘해 달라'고 통보만 하면 그날부터 군납업자로 막강한 납품 특권을 행세하게 된다는 것.
청송 진보농협 고추군납 비리 사건을 저지르고 해외로 달아난 허씨도 군납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군 주요기관 관계자로부터 막강한 비호를 받으면서 단숨에 경남.북과 강원 일원의 군납 관련 농협으로부터 칙사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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