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 동네가게는 지금 '야인시대'

서민들의 피를 빠는 '생계 갈취폭력'이 횡행하고 있다.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4일 향촌동파 폭력배 이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5월 대구시 중구 김모(47) 박모(45)씨 등의 이발소에 찾아가 스스로 폭력배라고 위협한 뒤 '보호비'라며 여러차례에 걸쳐 3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경찰에 붙잡힌 김모(29)씨는 작년 2월 중구 동인동에서 카센터를 하는 김모(41)씨에게 20만원을 빌려 달라고 한 뒤 갈취하고 수리비 40만원을 주지 않고 차도 무료로 고쳤다. 김씨는 2년전 한 금은방을 찾아가 금팔찌 등 9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제 물건 처럼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엔 40여만원 어치의 공짜술을 먹은 김모(32)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5월엔 서구 내당동 한 식당을 찾아가 유리창을 깨는 등 위협을 가한 뒤 40여차례에 걸쳐 140만원 어치의 술을 마음대로 마신 40대가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올들어 9월 말까지 붙잡은 서민 갈취배만도 357명에 이르며, 그 중 129명이 구속됐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갈취범들은 '오늘 출소했다' '옷 한벌 사야 한다' '인사하러 왔다'며 접근, 빈 지갑을 보여 줘 돈을 채워 넣게 하거나 제 것 처럼 물건을 가져간다"고 전했다.

중부경찰서 담당 형사는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편의점에다 대고 치료비를 강요한 갈취범도 있고, 마치 제 집 드나들듯 몇달에 걸쳐 국밥집 밥을 무료로 먹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갈취가 횡행해도 서민들은 영업을 계속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당하고도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도 "서민들은 앞으로 계속될 지 모르는 영업 방해, 보복, 신변 위협 등 때문에 신고를 않는 것은 물론 경찰관이 찾아가도 피해 진술조차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경기가 어려워진 뒤 이같은 골목 깡패들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이달 말까지 집중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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