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아성이라는 대구·경북지역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현 정권과 인연을 맺었거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나라당을 떠났던 거물급 지역인사들이 재기의 몸부림을 치거나 분위기를 탐색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구연'을 내세우며 몇 년 전에 방출한 인사들까지 대대적인 영입에 나서고 있어 일부는 '친정집'으로 U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이들이 정몽준 신당 등 다른 배를 탈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감표 요인이라는 점 때문에 한나라당이 선거 전략상 영입설을 흘리고 있다는 다른 분석도 있다. 반 이회창 연대의 약화를 노린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면 세를 키워야 할 정몽준 의원측은 이들의 도움이 절박하다. 여러 차례 접촉을 가진 것도 확인되고 있다. 또 여러 경로를 통해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정 의원 쪽에서는 이들의 가세가 '천군만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도 있지만 개혁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들이 성향상 노무현 후보 쪽을 돕는데 가세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정 의원측이 당장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신당의 미래가 불투명한데다 정 의원의 비전 제시가 강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92년 통일국민당의 '악몽'을 떠올린다. 10년전 대선에서 실패한 후 정 의원의 선친인 정주영 전 국민당 대표는 93년초 정계를 떠났다.
당시 국민당에 남아 있던 인사들은 '천막당사'라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대선 재수(再修)는 없다"는 정 의원의 발언도 걸림돌이다. 신당이 몇 달 만에 문닫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추진력이 약해보이고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의원을 만나 본 인사들도 정치적으로 한 배를 탈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 정 의원의 최근 지지율이 주춤한 것도 이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이들 인사들의 정치적 야망도 만만찮아 신당이 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물' 기근에 시달리는 정 의원측의 고민거리다.
▨김윤환=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측의 친위 쿠데타에 의해 2000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민국당 대표에게는 이번 대선이 '화려한' 정치 인생을 장식할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92년과 97년 킹 메이커로서 맹활약 한 때와 달리 성공 여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박근혜 의원부터 정몽준 의원에 이르기까지의 '영남후보론'을 앞세운 갖가지 시도가 여의치 않은데다 정몽준호 승선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오는 것도 걸린다. 한나라당 복당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후보의 유감 표명없이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철언=90년대 초반부터 반 YS, 친 DJ 행보를 보여 문민정부 시절 표적사정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박철언 전 의원도 주목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게 나오고 있고 지역의 정서 또한 친 이회창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등돌렸던 한나라당 편에 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역정서와 반대의 길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박 전 의원은 일부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 국외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지역출신 각계 인사들로 지역 현안 및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대구경북발전포럼'을 구성, 비정치 활동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태준=정몽준 의원측의 영입 대상인 것으로 알려진 박태준 전 총리는 최근 한나라당의 집중적인 구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총리의 한 측근은 "박 전총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귀국한 이후 조용하게 지내온 그는 대선이 임박하면서 지원 요청이 이어지지만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지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박 전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 정 의원의 '국민통합21'에 참여하고 있고 한나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대선이 임박해서는 '뜻'을 밝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수성=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뒤 민국당 후보로 총선에서도 '쓴 맛'을 본 이수성 전 총리는 국민의 정부에서 민주평통 부의장을 지내는 등 친 DJ 행보를 보여왔다.
여권에서 영남을 이야기할 때마다 유력한 대안으로 거명되기는 했으나 직접 전면에 나서는 카드로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정호용 전 의원과 가까이 지내온 점 때문에 최근 정몽준 지지 행보를 보이는 정 전 의원과 한 배를 탈 공산이 커 보인다.
▨정호용=정씨 연합종친회 전국 회장으로 정몽준 의원을 돕고 있는 정호용 전 의원은 당장 대구·경북 출신 비한나라당 인사들을 접촉·영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정 의원과 이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8일 대구에서 "정 후보가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싫어하는 현재의 정치를 깨뜨려보고 무언가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자하는 시도를 흥미 있게, 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은 정몽준씨가 좋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MJ 사람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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