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한국의 문화비평

'꿈과 용기의 나라''모험과 신비의 세계'

디즈니가 지니는 마법의 힘은 가히 지상 최대·최고라고 할만하다. 디즈니의 책, 음반, 테마공원, 영화, TV프로그램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디즈니라는 이름만으로도 아이들의 머리를 지배할 수 있고 행동선택을 강요하는 탓이다.

결과 디즈니가 가진 '순수로 포장된 거짓말, 평화로 위장된 폭력, 정의를 가장한 불의'가 무비판적으로 노출되지만 거부는 쉽지 않다. '인어공주'의 아리엘과 '알라딘'의 자스민을 통해서는 남성에게 복종하기를 가르친다.

'정글 북''라이언 킹'을 접하면서 백인 중산층 외의 인물은 열등하고 무식하며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즐거움·깨끗함·순수함의 디즈니 왕국에는 이런 문화권력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대상을 바르게 보려'는 비평의 노력이 아니면 당할 수밖에 없다.한국의 대중문화비평도 오직 외길이다. 비평은 있지만 찬사일변도다. 서태지의 음악이나 임권택·이창동감독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석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영상만 화려한 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지겨움을 잘 견뎌야한다.

지금의 서태지 음악은 상업주의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비평가도 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지상에 공개되면 달라진다. '역시 서태지''역시 임권택''역시 이창동'이다.

이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만다. 오죽하면 영화광고에서도 영화비평가의 인용구가 사라질 정도다. 대신에 그 자리에는 일반관객의 평가가 들어있다. 잣대 없는 비전문가의 견해가 대중에게는 더 잘 먹힌다는 이야기다.

대중문화생산자는 창작작품을 통해 미적 경험을 느끼기를 바라고, 비평가는 창작된 작품을 통해 미적 경험을 재인(再認)하기를 원한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의 존재성을 바탕으로 참의미를 지닌다.

물론 찬미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먼저 보고 느끼고 사상하라. 객관성을 세련된 주관성으로 표현하는 장식도 필요하다. 대중문화비평이 굴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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