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결정족 못채우고 법률안 통과

국회 본회의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틀 연속 파행 운영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게다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통과된 법률이 40여건이나 돼 위법성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 정기국회가 선심성 예산증액과 날림 법안처리 등에다 또하나의 오점을 더한 것이다.

국회는 8일 새해 예산안과 법안 등 98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시작될 본회의는 의결정족수(137석)를 못채워 30여분간 지연된 뒤 가까스로 열렸지만 의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4시50분쯤에는 100명의 의원들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급기야 김태식 국회부의장은 안건 처리를 일시 중단했고 20여분간 구내방송을 통해 의원들의 참석을 종용해야 했다.이같은 사태는 전날에도 있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8일 "국회가 대선과 겹쳐 바쁘겠지만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할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면서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법안처리 지연 사태에 사과까지 했지만 의원들의 귀에는 마이동풍이었다. 또 민주당 역시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자중지란에다 개인 후원회 등으로 본회의에 불참한 의원들이 많았다.

이날 지역 의원들은 비교적 많은 수가 자리를 지켰지만 본회의가 마비된 오후 5시쯤에는김일윤.이병석.이상득.백승홍.권오을.주진우.강신성일.박창달.손희정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지역구와 당 행사, 개인일정, 인터뷰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본회의장을 떠났거나 아예 불참했다.

특히 이날 의사봉을 두드린 안건 중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견연장 동의안'과 '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 등 40여건이 의결정족수에 미달된 채 무더기 처리,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는 "복도 등 본회의장 근처에 있어도 관행상 출석 의원으로 간주한다"고 정당화 했지만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안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박관용 국회의장은 "정기국회만 되면 법안을 쏟아내는 관행을 고치기 위해 관련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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