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도 아랑곳 않고 산행에 나선 장애인들의 밝은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후 사지가 멀쩡한 나 자신을 한참 되돌아 보게 하더군요".
"난 지금껏 남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줄만 알았지요. 그렇지만 함께 산을 오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이 형들을 울릴 정도로 감동을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대구보호관찰소 안동지소와 경북도 장애인복지관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랑의 삼각끈 잇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보호관찰 대상자 김모(18)군과 장애아 정모(14)군. 짝을 지은 이들이 함께 산을 오르면서 서로 상대를 통해 자신을 되찾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한때 비행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김군은 이날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정군도 자신의 휠체어를 밀어 주는 형들에게 따스한 가슴을 전해줄 수 있었다는데 놀라워 하며 난생 처음 남을 도왔다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해 했다.지금까지 외톨이었고 또 남들의 도움만 받았지 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김군과 정군은 이날 새로 세상을 바라 보는 눈을 얻은 셈.
대구보호관찰소 안동지소는 지난 7일 10대 보호관찰 대상자와 장애 청소년, 자원봉사자 각 16명이 3명씩 짝을 지어 청송 주왕산을 오르는 삼각끈 잇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산행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등 10대들 특유의 감성으로 어울려 서로의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아 주는 1석2조의 교육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특히 신체적으로 어려운 상대방을 도와 주고 자부심을 갖는 보호관찰 대상자들과 힘겨운 산행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10대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비행 청소년들이 용기를 얻는 등 틀에 박인 교정 보도 정신교육과는 달리 10대들이 상대방의 모습에서 자아를 되찾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아직 이 프로그램은 함께 산행을 하는 정도의 단조롭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더 많은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교육공학적 프로그램 개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보호관찰소 안동지소 유정호(45) 계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봉사활동으로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헤어질 때 눈물바다를 이룰 정도였다"며 "한때의 잘못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비록 타의에 의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장애 청소년들이 10대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삐뚤어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기대치 이상의 교육효과를 거둘 줄은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조희대 "사법개혁,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 공론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