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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함께살기-폐지 줍는 박병모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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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줍다가도 장애인을 보면 몇 천원이나마 건네야 마음이 편해". 대구 대명11동 박병모(74) 할아버지는 폐지로 사랑을 만든다. 동네를 누벼 모은 폐상자 등을 팔아 이웃을 돕는 것. 새벽부터 옷·신발 가게와 음식점·골목 등을 종일 돌아 모으는 폐지는 300여㎏. 고물상에 팔면 1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적은 액수지만 그 쓰임은 많다. 폐지를 주으러 다니다 만날 장애인에게 주려 할아버지는 늘 주머니에 돈을 넣어 다닌다. 동네에서 노점상 하던 하반신 불수의 한 이웃을 8년 전 만난 이후 생긴 습관. 할아버지는 이 장애인에게 매달 3만~5만원씩 5년째 지원하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소년소녀 가장, 어려운 이웃 등에게도 몇년째 생활비·학비를 돕고 있다. 지금까지 전달된 돈이 200만원을 넘는다. 명절에는 동네 환경미화원들에게 양말도 선물한다고 했다.

"10여년 전 누가 폐품을 주길래 받아 팔았더니 돈이 생기지 뭐야. 처음엔 그 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집에 숨겨 놨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남에게 주기 시작했어. 이젠 폐지 팔아 이웃 돕는 게 사는 낙이 됐어".

할아버지는 국화 재배도 겸업하고 있다. 집 옥상에서 키워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이 찾는 곳에 선물하고, 일부는 팔아 동네 2개 경로당 기름값에 보태고 있다. 해마다 동사무소에 10만원씩 격려금을 주는 것도 국화 사랑의 하나이다.

올해 재배한 국화는 화분 200개 정도. 30만원 정도를 벌어 역시 이웃들에게 돌렸다. "올해는 경로당에 기름을 지원하지 못해 3만원씩 돈으로 줬어. 대형 옷가게 사장이 좋은 일을 거들고 싶다며 기름은 자신이 대겠다는거야. 이 사장은 할아버지나 환경미화원들에게 전하라며 외투도 100벌 정도 사 줬어. 사랑이 옮겼나 봐".

할아버지의 활동이 소문나자 국화를 사가겠다는 단골까지 생겼다. 폐지를 모아놨다고 가져가라 전화하는 가게도 적잖아졌다고 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죽을 때까지 폐지 모으고 국화 키울거야. 큰 도움은 못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이웃과 함께 하다가 죽는거지 뭐".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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