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제기랄, 오늘도 날 궂으니 공치겠군. 술취한 도시가 아랫도리 벌린 채 곯아떨어진

새벽 4시, 최씨는 밤새 고인 가래 아스팔트에 뱉으며

잔뜩 목을 움츠리고 걷는다.

마누라는 오늘도 다친 허리 도져 쉬어야 하니

혼자 놉 시장으로 나가는 최씨의 발길은 우중충하다.

저만큼 모닥불이 비치고 불가를 서성이는 검은 그림자

그렇지 저 불빛, 고향생각 나는군.

횃불 비춰들고 어둠 향해 초망 던지면

하얗게 하얗게 걸려들던 여울의 은어떼, 모닥불 가의 술추렴.

제기랄, 최씨는 조금 엷어진 동녘 하늘

힐끗 쳐다보고, 두 손을 호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

이구락 '놉 시장(市場)'

◈놉 시장은 아마 인력시장인 것 같다. 이른 새벽 시내 몇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팔려(?) 나가길 기다리는 중년 사내들의 웅크린 어깨 그림자가 모닥불에 어려 휘청거린다. 이들 사이에 일찍 잠 깬 노숙자도 간간이 기어든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울한, 그렇지만 이미 흔한 풍경이다. 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기억은 세속에서 망가진 삶의 원초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회상의 자유가 아니라 세 끼 밥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최소의 풍요이다. 김용락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 송진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에서 조은석 특별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특검의 논리를 반대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4개 증권 유관기관은 증시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8년부터 결제주기가 ...
故 최불암의 장지와 가까운 경기 파주의 한 식당이 고인을 추모하며 주류 무료 제공 행사를 알린 후 논란에 휘말렸다. 식당 업주는 고인을 애도...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바이낸스에서 탈취한 비트코인의 규모가 14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테슬라 보유량보다 많고 북한의 연간 상품 수출액보다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