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자투표기의 위력

제 16대 대선에서 도입된 전자 개표기가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시기를 앞당기는 위력을 발휘했다. 전자개표기의 신속한 개표로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났으며 11시쯤에는 노무현 당선자가 당선 축하 인사에 나서는 등 3천만명의 표심을 개표 시작 5시간만에 읽어낸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수작업으로 진행된 예전의 경우 최종 개표 완료는 빨라도 새벽 5시를 넘어야 했으나 이번에는 예전보다 4~5시간 앞당겨진 20일 1시쯤 끝났다"고 밝혔다. 특히 개표 초반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몇만표차를 오가는 박빙의 승부를 벌여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으나 선관위 중앙컴퓨터와 연결된 각 개표장의 전자개표기 집계 결과가 바로 전송되면서 쉽사리 승부가 갈라졌다.

또 방송사들은 전자개표기 집계 결과를 근거로 한 자체 분석을 통해 8시 30분을 넘어서면서부터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기 시작했으며 두 후보의 예상 표차까지 내보냈다. 이에 따라 역대 선거와 달리 하룻만에 모든 투표 상황이 종료됐다. 노 후보의 당선 인사 직후 이 후보의 낙선 인사가 바로 이어졌으며 이로서 사실상 16대 대선도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역대 선거의 경우 개표원의 실수 등으로 투표용지 분류가 잘못돼 재검이 실시되거나 참관인의 항의로 개표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어 개표 시간이 지연됐으나 전자개표기 도입으로 이러한 부작용이 사라진 것도 또다른 장점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전자개표기는 당시에는 운영상의 미숙함 등으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선관위측의 철저한 사전준비로 큰 효과를 발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앞으로 선거에서 전자개표기의 위력이 더욱 나타날 것으로 보여 개표 시간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여진다"고 예상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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