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임신 4개월이 되어 남자친구 손을 잡고, 상담실을 찾아와서는 울음보를 터뜨리고, 함께 온 남학생은 시종일관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 만만하다.
그래도 책임을 지겠다니 외면하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지만 참으로 황당했다.
어떻게 책임지느냐고 반문했더니 결혼해서 데리고 살면 된다며 큰 소리 였다.
소위 데이트 성폭력사례인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데 강제로 성관계를 맺어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한데 피해자는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는가? 분명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고, 침해된 권리에 대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진지하게 현실적 대응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순결을 잃은 여학생은 인생이 끝났다는 표정으로, 남학생은 좋아하는 여학생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으로 죄책감이나 뉘우침은 전혀 없다.
무엇이 이런 현실을 만들었는가?
10대들을 지나치게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순결만을 강조한데 있다.
놀이로서의 성, 호기심으로 성, 물질적 측면이 강조되는 성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습한 곳에 곰팡이가 잘 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달콤한 사랑 속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10대들도 자신의 몸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임신을 시키는 위험이나 임신 당하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성적 주체로 키워내야 한다.
개인이 성적 주체임은 원치 않는 관계에서는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관계를 스스로 설정함이며, 안전하고 당당한 성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리모, 대리만족, 대리운전, 대리출석, 대타 등 타인이 나를 대신해서 역할을 해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환경에서 자신의 중요함이 희석될까 우려된다.
성교육은 바로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것이며, 자존감을 높여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 과정이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명란(아름다운성만들기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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