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스-김지하의 화두

"붉은 악마가 바로 촛불세대다.

붉은 악마는 들끓는 불이요 태양이고, 촛불은 달빛이며 고요한 물이다".

음양이 공존된 '혼돈 속의 질서'(chaosmos). 김지하는 붉은 악마가 몰고 온 문화적 태풍을 '6월 개벽'이라 부르면서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라고 탄성을 질렀다.

시인 김지하(62·명지대 석좌교수)씨가 신년벽두 '김지하의 화두'(화담 펴냄·25일 출간)를 냈다.

2003년 '동아시아 허브' 한국민들에게 보내는 '생명 시인'의 신년 화두인 셈이다.

'김지하의 화두'는 새해 첫날 하루만에 썼다는 원고 '촛불'과 대구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대학에서의 강연, 일본잡지 '세카이'(世界)와의 대담 등을 담고 있다.

'붉은 악마와 촛불'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6월 개벽'의 주인공들에게 다함 없는 사랑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 열광적 의미와 역동성, 문화적 코드를 논리적으로 명제화하고 있다.

그가 해석하는 틀은 '음양'과 '태극'. '외면적으로 음양, 내면적으로 태극'이다.

서로 대립돼 보이는 듯 하면서도 결국 하나를 이루는, '기우뚱한 균형'의 개념이다.

곧 현대철학이 말하는 '혼돈 속의 질서'. 지난 21일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그 열광 혼돈 속에서도 질서와 균형, 예절을 잃지 않았죠. 전부 붉은 색이었지만, 다들 제멋대로 개성이 넘치는 패션이었어요. 그게 바로 한민족 사상의 모티브인 음양과 태극입니다"라고 했다.

붉은 악마의 '짝짝짝~짝짝' 박수도 "3박 플러스 2박은 민족 음악의 기본 박자, 민족문학의 기본 음보, 민족문화의 핵심 철학원리"라며 "이러한 엇박이 바로 카오스모스"라고 했다.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촛불은 반미이되 반미가 아니며, 그것은 제사"라고 했다.

그는 촛불시위를 통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되 미군 철수와 같은 극단적 반미주의로 기울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의 군비가 증강하고, 중국이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동북아 세력 균형의 추가 끊어진다"는 요지다.

모두 3부로 나뉘어져 총 11편의 글이 실려 있는 '김지하의 화두'의 귀결점은 "붉은 악마와 촛불들이 창조해 낸 '문화적 태풍'을 한민족의 국운을 상승시켜 '아시아 르네상스'를 이루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을 개최한 것은 우연이 아닌 천시(天時)에 따른 것이며, '허브' 지역에 놓인 한반도가 바로 국운상승의 때를 맞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동북아 물류 중심론(동북아 허브론)'을 펼치며, '동아시아 문명의 비전'을 제시한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지 '세카이'와의 특별대담을 정리한 '동아시아 문명의 비전'에서는 일본 진보세력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비판하고,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내셔널리즘의 문제, 일본의 고대사 조작 문제, '쇼소인(正倉院, 일본 고대의 왕실 유물창고)' 개방 문제 등에 대한 사려 깊은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 지난해 말 대구시청에서 강연한 '수운의 복권과 천지공심', 빅카오스(대혼돈)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홍익인간의 논리를 재창조할 것을 설파한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홍익인간', 복고와 '판타지적 경향'의 출현 배경과 의미를 밝힌 '판타지적 복고와 생태학적 상상력'이 담겨져 있다.

396쪽. 값 1만2천원. 화담 펴냄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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