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 아들이 몸이 성치않아 장가를 못가니 아비된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설날 아침 막내 며느리와 손자녀석 세배 한번 받아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김홍곤(74·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씨는 남들은 즐겁고 기쁜 명절이 오히려 서럽다.
시각장애인(3급)인 아들 기범(34)씨만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아들이 다친 것은 초등학교 3학년때. 추석 차례상에 올릴 밤을 따기위해 뒷산에 갔다가 밤송이에 오른쪽 눈동자를 심하게 다쳐 급기야 고교 2학년때 시신경이 마비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은뒤 장애가 더 심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범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에도 불구, 자동차기관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한 기범씨는 현대자동차 생산부에서 10년째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들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장가를 보내려했지만 맞선을 볼 때마다 상대편에서는 장애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장애인이 아닌 여성과의 결혼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씨는 아들을 설득했다.
비슷한 처지의 배필을 찾기 위해 4년째 경북장애인재활협회 장애인 맞선보기 행사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김씨는 명절을 앞두고 다친 아들 생각이 더 애틋하다.
설날 때마다 서울 사는 옆집 박씨네 아들 식구들이 찾아와 온 가족이 어울려 내는 윷가락 신명을 올 설에도 그렇게 부러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손자녀석 세배 한번 받아봤으면...".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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