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나라사랑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풍기중학교에 4년간 근무할 때, 5월초 전일제 클럽활동하는 날 문예반 아이들을 데리고 정안동 계곡을 다녀온 일이 있다.

들꽃을 보러 간 것이다.

소백산은 비로봉과 국망봉 등 1천300m가 넘는 봉우리가 있지만 능선에 올라보면 산 전체가 두터운 흙으로 덮인 퍽 온화한 산이다.

자양분이 많아 봄·여름·가을 각각 양지바른 길섶, 물가, 그늘진 곳을 따라 핀 들꽃들이 산을 찾은 기쁨을 몇 배나 더해 주는 곳이다.

비로봉에 올랐을 때 정상 일대의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온갖 들꽃들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떨며 맞아주는 광경은 소백산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향연일 것이다.

그 날 아이들은 깊은 산 물가에 핀다는 붉은병꽃나무와 노란병꽃나무를 만났고, 쌓인 가랑잎 사이로 한 뼘쯤 되는 키를 내밀고 수줍게 피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보랏빛 각시붓꽃, 잎사귀가 둥글고 무늬진 알록제비꽃, 그리고 산솜다리꽃 등을 보았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꽃이름을 적어두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욱금리 저수지와 그 아래 개울에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깃들어 산다.

또 초암사 계곡 오솔길을 가노라면 쪼르르 뛰어나와 갈 듯 말 듯하는 다람쥐들에게 길 양보하기가 일쑤고, 산 기슭 인적 드문 길을 가다 보면 차 앞을 재빨리 가로질러 가는 너구리를 만나기도 한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 감탄과 경이로움을 맛본다.

아이들은 다른 세계에나 들어온 듯 살펴보고, 감탄하고, 기뻐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이 사는 곳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비로소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으로 믿는다.

거기엔 감동이 함께 한다.

교실 안에서는 아무리 잘 가르쳐도 부족한 부분이다.

요 몇 년 사이 영주의 학교들이 현장 체험학습으로 전교생 소백산 등반을 시작한 걸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특히 자연보호활동까지 하고 환한 얼굴로 산을 내려오는 초등학생들이 대견하고, 어린 제자들을 다독거려 다녀온 선생님들도 존경스럽다.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나라사랑의 바탕이 되리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봉화고교사 황영순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