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이면 졸업이구나. 가르치는 일은 늘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자신감이 없어지는구나. 나는 정말이지 너희들에게 가르칠 게 많은데 시간은 늘 부족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아마도 너희들은 내가 가르친 많은 내용보다는 화를 내고, 매를 들고 했던 것을 주로 기억하겠지? 중학생이 될 너희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프다.
나이가 들고 키가 자라는 만큼 지혜가 자라고 마음이 넓어져 세상을 더 힘차게 살아가야 할, 이제 겨우 14살이 된 너희들에게 닥친 경쟁의 논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세상과 학교를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너희들이 느끼기에는 너무도 천천히 바뀌고 있지?
그래도 내가 너희들 선생이니 마지막 설교를 해야겠다.
요즘 너희들 가운데 아무도 대통령을 말하는 아이들이 없더구나. 하지만 얘들아, 자연과 생명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가진 너희들 가운데 누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옥수수죽도 참고 먹으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서 어깨를 주물러줄 줄 아는 너희들, 월드컵 응원 속에서 민족을 생각한 너희들, 미군 장갑차에 죽은 누이를 생각하고 촛불을 켜든 너희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로운 통일을 바라는 너희들, 늘 양복이 아니라 일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부모님을 당당하게 여기는 너희들 가운데 누군가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이 되어라. 그리고 누군가는 교사도 되고,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가 되어라. 너희가 세상의 희망이다.
오늘 '쉼터가 어디에 있어요'하고 물었지? 14살은 뭐든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붕붕 뜨는 때지. 그러다 보니 가출도 하고 담배도 피워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꾸중하는 어른들에게 절대 질 수 없다고 눈을 부릅뜨는 나이지. 그래 참 많이 컸구나? 이제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다.
너희들 앞에 닥칠 온갖 어려움이 있겠지만 꿈을 잃지 않고 늘 꾼다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지겠지. 아주 천천히, 너희들이 바라는 속도는 아닐지라도 반드시 이루어질거라고 믿어. 그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선생님은 꿈을 꾸면서 자신있게 살아가잖아.
참 오늘 숙제로 낸 감사 편지는 다 썼겠지? 내일 너희들이 쓴 감사편지를 읽고 울지도 모르겠구나. 다시 졸업을 축하한다.
(쌓인 눈 아래서 봄을 기다리는 민들레 같은 너희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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