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어찌 감회가 없으리….
경주 양북고등학교(교장 김창록.60)가 14일 4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마지막 졸업생 넷은 중학교 3년, 고교 3년을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보낸 절친한 친구 사이.
졸업생을 대표한 이애경 실장은 "항상 가족같은 분위기로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딸 셋 아들 하나를 잘 다독여 주신 심순남 선생님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며 눈물을 글썽.
보물 희귀종 강동원! 이쁜이 최은희! 내내 학급일지 써서 이제는 싫증이 난다고 하는 박미숙! 사고뭉치 이애경. 이렇게 양북고교 마지막 졸업생 19세 동갑내기 넷은 별명만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는 교사들의 귀띔이다.
동해바다를 눈앞에 두고 한때 지방교육의 요람이었던 양북고등학교가 숱한 애환속에 14일 4명의 졸업생 배출로 막을 내리게 되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들 섭섭해한다.
양북고교(경주시 양북면 어일리 701)는 1974년 개교이래 27회를 거듭나면서 그동안 1천58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래서 마지막 졸업생 4명에게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졸업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대도시에서 경쟁력을 키워 더 나은 양북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양북지역사회로 보아서는 손실이 크다"며 아쉬워 한다.
정옥교 양북 중.고동창회장은 "졸업 후 어디에 있든지 성실히 살아 줄 것과 사제간의 정을 잊지 말것"을 당부했다.
마지막 졸업생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졸업식에서 국회의원, 교육장, 동창회장 등 각계 대표 10여명으로부터 푸짐한 상을 받았다.
강동원군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착잡하고 후배가 없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면서 "학생수가 적어 학교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았는데 남자가 혼자라 심심했다"며 웃었다.
최은희양은 "모교의 마지막 졸업생으로 사회에 나가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먼 훗날 학교를 생각하면 무지하게 착잡하다"며 서운해 했다.
김 교장은 "이농으로 학생수가 줄면서 폐교의 서러움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며 "그러나 수많은 추억들을 안고 정든 교정을 떠나 새출발하는 이들 졸업생의 앞날에 무한한 발전과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연호 교감을 비롯 고3 수업을 맡았던 조달수(53) 교사, 김유진(24) 교사, 심순남(32) 교사는 "학교가 없어지면서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들마저 뿔뿔이 헤어지게 됐다"며 못내 아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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