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철새도래지 옛명성 다시 찾으려나

천연기념물이자 겨울철 대표 철새인 재두루미 30여마리가 지난 1월초 낙동강 유역인 구미 해평습지로 날아들었다.

이중 14마리는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착하며 겨울을 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0년 이후 해마다 10월 말쯤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 등지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던 재두루미 중 400~700마리가 해평습지를 찾아오긴 했으나 하루이틀 잠시 날갯짓을 멈췄을 뿐 정착한 적은 없었다.

재두루미의 해평습지 월동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해평습지가 세계 주요 두루미 월동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낙동강 유역이 겨울 철새 도래지란 옛 명성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최근 몇년새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흑두루미(228호)·큰고니(201호) 등을 비롯 쇠기러기, 천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해평·달성습지, 합천댐 황강, 창원 주남저수지 등 낙동강 유역에 정착, 월동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것. 큰고니가 달성습지에 오랜 기간 머문 것도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5천600마리만 서식하고 있는 재두루미는 흑두루미(1만5천마리)와 함께 보호대상 조류로 지정된 희귀 철새. 이에 경북대 기초과학연구소와 구미시 등은 몇년간 두루미를 텃새화하고 해평습지를 두루미 월동지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쇠기러기도 3년전부터 해평습지에서 월동하기 시작, 매년 5천마리의 쇠기러기가 10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정착하고 있다.

또 큰고니 수십마리도 2, 3년전부터 12월부터 2월말까지 고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큰고니 46마리가 해평습지에서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평습지가 어떻게 겨울 철새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중에서도 잠자리, 휴식 공간 등 모래톱과 인근 농경지로부터 격리된 안정적 공간이 확보된 것이 철새들의 월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미시는 지난 1998년 3월 재두리미 40여마리가 이곳에서 떼죽음 당한 뒤 이곳 700ha를 조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조수보호원을 배치,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또 구미시, 환경단체, 주민 등이 힘을 모아 이들의 정착을 위해 학술대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등 안정적인 서식 환경에 노력해 왔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농경지와 철새들의 안식처 사이에 버드나무 수풀이 조성돼 있어 철새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철새들이 몇년간의 탐색 끝에 이제 월동해도 괜찮은 장소로 여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비록 거리가 가까워도 철새들이 사람들의 접촉과 시선에서 벗어나 잠을 자고 먹이를 먹고 쉬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공간만 마련되면 월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달성습지도 올 겨울 철새들이 오랜 기간 머물러 월동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초 90마리의 흑두루미가 잠시 머물다 떠났고,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1월 중순 사이엔 5마리의 큰고니가 지속적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달성습지 경우 지난 85년부터 10년간 국내 철새 월동지로서 명성을 떨쳤었다.

해마다 10월 하순이면 수천마리의 흑두루미가 일본으로 이동하다 200~500마리 정도는 이곳에서 월동했었다.

지난 80년대 중반엔 큰고니 수십마리가 월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96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월동하는 철새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달성습지 인근에 공단과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주로 먹이를 구했던 강둑 농경지는 도로와 비닐하우스로 덮였다.

또 삼각주 모래톱은 모래 채취와 경작으로 서식지로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모래 채취가 금지되고 인근 농경지에 사람들의 출입이 줄어드는 등 서식 환경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성습지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서의 입지를 다시 굳힐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갖추면 다시 월동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 교수는 "해평습지의 경우 관로·송전로·도로 등 각종 공사가 진행중인데도 불구, 민감한 재두루미가 정착했듯이 최소한의 안정적 공간만 마련되면 달성습지도 월동지로 복원이 가능하다"며 "모래톱 및 인근 경작지와 강 경계에 갈대 등으로 수풀을 조성,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시선을 피하기만 해도 철새들이 월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 유역인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와 합천댐 황강에도 재두루미가 드문드문 월동하다 2, 3년전부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올해엔 각각 40마리와 25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