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중앙고속도로를 가려면 신천대로를 지나게 된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신천의 변한 모습에 유년시절이 떠올라 가슴 찡한 감회가 깊어진다.
내가 어릴때 신천은 어머니의 유일한 기도처였고 빨래터였으며 우리들이 멱감고 물장구치며 놀 수 있는 맑은 냇물이었다.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고 고무신을 벗어들고 첨벙거리다가 고무신을 놓쳐 둥둥 떠내려가면 어머니는 기겁을 하고 빨래방망이로 신발을 건지려고 치마가 젖는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울상을 지으며 깔깔대기도 했다.
어머니가 빨래하시기에 딱 좋았던 넓적하니 편평한 청석바위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주위에는 하수구에나 있을 것 같은 더러운 이끼들이 너울거리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신천을 살리려 애쓴 보람이 있어서 몇해전 보다는 물이 맑아졌지만 아직도 폐수를 그대로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시민이 있는지 냇물은 탁하고 물의 양도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이다.
신천을 가로 지르는 몇 개의 교량이 있지만 시내중심부에 위치한 신천교와 일명 푸른굴다리가 있는데 여름철이면 할아버지들이 더위를 식히며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피서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어린 나에겐 가장 무서운 곳이기도 했다.
'울기만 하면 다리밑에 갖다버린다' '다리밑에서 주워온 가시나'라고 하는 삼촌의 협박(?)때문이었다.
지금의 신천둔치에는 산책로와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걷고 달리기에 충분하지만 신천의 물이 옛모습 그대로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머니가 빨래 하셨던, 할머니가 물장구 치며 놀던, 신천의 맑은 물에 나의 손자손녀들과 발을 담그고 그때 그곳이었노라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아름 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강윤희(대구시 수성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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