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도량석을 돌기 위해 법당 앞으로 갔다.
보름인지라 둥근달이 서쪽산에 걸려 교교함을 더한다.
둥글고 둥글어 모나지 않는 저 달을 옛 조사는 월광보살이라 하였던가! 얼마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달빛이 눈(雪)에 반사되어 산사(山寺) 주위가 환하다.
여명을 밝히며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법당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며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기도하는 마음만은 청량하다.
광활한 우주공간을 무대로 "땅을 자리삼고 하늘을 이불삼고 산을 병풍삼고 창공의 둥근달을 촛불삼고 바다를 술통삼아 크게 취하여 한바탕 태평무를 한껏 즐기니 장삼자락 긴긴 옷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일세"하였던 진묵대사의 심처. 그것은 거짓된 자신으로부터 진실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무영의 때를 벗고 참 나를 찾기 위해 올리는 새벽기도는 더 없는 값진 시간이다.
중생들의 모든 원(願)을 성취케 하소서.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끊어지게 하소서. 부처님진리의 말씀을 모두 다 배우게 하소서. 모두 다 부처님 되게 하소서.
간절한 기도로 맞이하는 산사의 아침은 비할데 없는 극락세계다.
극락이 어디에 있나! 한 생각 돌이켜 탐(貪·탐욕)·진(瞋·증오)·치(痴·어리석음) 3독(三毒)을 놓아 버린 바로 이 자리가 정토세계가 아닌가.
오늘도 이 시간이면 마을에서는 각자의 일터를 향해 분주하게 집을 나서리라. 앞만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여. 앞으로만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한번쯤 산사를 찾아 고요한 시간을 가져 보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는지를 생각해보자.
얻을 것이 있으매 행하면 느낄 것이고 느끼매 삶이 변하리라.
진오스님·동화사 포교국장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
李 대통령 "韓 독재정권 억압딛고 민주주의 쟁취"…세계정치학회 개막식 연설
정동영 "북한은 우리의 '주적' 아닌 '위협'"
강선우, 임금체불로 두차례 진정…국힘 "자진 사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