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K의 불안감

K는 1남2녀 중 장남으로 어렸을 때는 조숙한 아이였고 지금은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K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사업을 한다고 여러 번 집안을 거덜 낸 적이 있는 분이었다.

K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항상 불안의 연속이다.

잦은 사업의 실패로 경제적 환경이 들쭉날쭉했던 것은 둘째 치더라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 싸움이 항상 조숙한 아이였던 K를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 어린 시절, 한 밤중에 우당탕 하는 소리, 악쓰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K는 몇 번이나 눈을 떴었고. 그런 K를 데리고 어머니는 한두 번의 가출을 시도한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때 어머니의 발이 맨발이었던 것을 너무나 선명히 기억한다.

K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늦게 잠을 자서 그런 건지, 부모의 싸움 횟수가 많아 진 건지 K의 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K는 분명히 목격한다.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악다구니도 무서웠고 정작 무시무시한 것은 아버지가 옆에 있는 다리미를 어머니의 얼굴에 던지시는 것이다.

어린 K는 무서워서 말리지도 못하고 "하지마, 하지마!"하면서 울뿐이었다.

요즘 K는 모 연예인이 남편한테 야구방망이로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으로 말미암아 터져 나오는 가정폭력 관련 보도 중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가정폭력을 휘두른다는 대목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에다 다리미를 던지게 될까?' 끔찍하다고 느껴지는데 한쪽에선 '나의 몸 속에 그런 나쁜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하여 더욱 불안하다.

K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고학력 부부일수록 가정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고도 하니 머리만 아플 뿐이다.

이런 불안감속에 K는 오래 전에 목사님한테 들은 성경구절 하나를 기억해낸다.

창세기에 나오는 말씀이라는데 "남녀 사이에는 깊은 비밀이 있다"이다.

'어쩌면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짝 지워 주신 것 자체가 인간에게는 통과해야할 굴레이자 시험을 주신 것이고 이를 극복할 때 구원에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보며 K는 심호흡을 해본다.

가야대교수·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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