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립극단 차기공연작 '금수세탁소'

금수세탁소.

속칭 '자갈마당'(대구시 중구 도원동) 앞에 위치한 세탁소다.

대구의 1호 공장형 세탁소. 특히 창녀촌을 끼고 있어 애환이 남다른 곳이다.

많은 이들이 금수세탁소를 기억하고 있고, 현재도 영업중인 세탁소다.

금수세탁소가 연극의 무대가 된다.

대구시립극단(감독 이상원)은 차기 정기 공연작으로 '금수세탁소'(가제)를 결정했다.

'금수세탁소'는 제1호 '토종' 대구 연극. 그동안 많은 연극이 공연됐지만, 정작 대구를 무대로 한 작품은 전무했다.

이상원 감독은 "현재를 살고 있는 대구, 대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금수세탁소를 무대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수세탁소'는 세탁소 주인의 방황하는 20대 아들과 창녀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줄거리. 깡패, 경찰,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 질펀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몸을 세탁하고픈 퇴물 창녀를 비롯해, 영혼과 기억, 돈을 세탁하려는 이들이 금수세탁소에 등장한다.

옷을 깨끗하게 하는 세탁소가 갖가지 사연을 담은 현대인의 인간시장이 되는 것이다.

비단을 뜻하는 '금수'와 동물을 뜻하는 '금수'의 다의적인 의미가 중복되면서 연극의 맛을 더한다.

지난 1월 시놉시스(요약본)가 완성돼 현재 극본 작업 중이다.

극본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희철(32)씨가 맡는다.

안씨는 지난 2001년 부산일보와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신인 극작가. 지난 여름 신천야외 무대에서 선보인 '한 여름밤의 꿈'을 각색했다.

안씨는 "아직 뮤지컬로 갈지, 순수 연극으로 갈지 미정"이라며 "기억뿐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픈 현대인의 심리를 자극하는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중 극본이 완성되면 3월 캐스팅을 끝내고, 5월경 무대에 올린다.

'금수세탁소'는 순수 창작극으로 대구를 무대로 한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의 경우 자갈치 시장을 무대로 한 '자갈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자갈치'와 마찬가지로 금수세탁소는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자갈마당을 끼고 있어 장기 서울 공연도 가능하다.

이미 시립극단은 서울 공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감독은 "한국연극이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것이 없었다"며 "서울 무대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관객의 옷을 무대에서 직접 세탁해 연극이 끝난 후 돌려주는 이벤트도 생각중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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