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인해 인간의 능력으로 싸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과 부상자들께 하나님의 위로와 평화가 넘치길 머리숙여 기도 드린다.
정신나간 한 사람의 무모한 짓이 수많은 가정과 대구, 대한민국을 불태워 버렸다.
지하철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근무 태도가 대구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안전불감증이 수많은 희생자 유가족의 가슴을 찢고 멈출 수 없는 눈물의 강으로 바뀌는 대참사를 몰고 왔다.
새봄과 함께 개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성실히 살고자 일터로 향하던 보통 사람들, 형설의 공을 이룬 대학졸업자들과 입학생들, 애지중지 길렀던 꿈나무들, 포근하고 따뜻했던 어버이들의 모습들이 다시 모을 수 없는 산산조각난 거울이 되어버렸다.
아니 생명체로 정감을 나눌 수 없는 한줌의 재로 변해 버렸다.
참사를 당한 분들 앞에 살아있는 자체가 송구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방화범 김씨, 속수무책이었던 지하철 사령실, 열쇠를 빼고 사라져 버린 기관사 그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가정, 직장, 사회, 국가에서 우리 자신들일 수 있다.
우리는 대구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더미와 잿더미가 된 폐허의 현장을 보면서 자기 반성과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신약 성경에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을 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들 자신들이 회개하라"고 교훈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소돔과 고모라가 도성에 의로운 사람 열명이 없어 유황불 심판을 받은 사실이 생각난다.
인류 역사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 도성과 국가의 구성원인 우리 자신들의 삶을 재검진하고 재진단해 보는 자기 통찰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련과 고통의 잿더미에서 값비싼 교훈을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고통은 귀머거리, 세상을 일깨우는 하나님의 확성기이다"라는 영성신학자 C S 루이스의 말처럼 우리는 불타는 대구 도성, 눈물 바다 대구 도성, 잿더미 대구 도성을 보면서 더이상 정신적 영적 소경이 되거나 귀머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로마 군대에 의해 멸망할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면서 그처럼 애절한 눈물을 흘렸듯이 불타는 대구를 보면서 속죄와 자성의 눈물로 대구를 씻어야 할 것이다.
앗수르에 포로로 붙잡혀 실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지자 이사야가 외친 소망의 메시지가 생각난다.
그는 망국의 서러움과 포로의 고난 속에 신음하는 백성에게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경내에 황폐와 파멸이 없을 것이다"라고 희망찬 말씀을 선포했다.
그것은 바로 이 땅이 새하늘과 새땅으로 도래할 수 있는 정의와 공평과 평화의 사회에 대한 비전이다.
사회와 국가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정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여 모든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대해 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교회당의 세 기둥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인간의 쾌락은 잠깐이다.
인간의 고통도 잠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
불변의 말씀인 진리로 이 병든 사회, 이 고통당하는 사회가 속히 치유되길 바란다.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참변을 당한 분들과 유족들에게 국화꽃보다 우리의 자성과 각성의 진실한 마음의 꽃을 담아 드리자. 대구시민, 대한민국 국민으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슬픔을 나누며 옥합(玉盒.옥으로 만든 작은 그릇)을 깨뜨려 울고 있는 이웃에게 우리의 온정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준모 대구성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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