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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로 풀어낸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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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늘 어렵고 가까이하기가 꺼려지는 학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사조에 따라 틀리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변적이고, 철저한 자기성찰이나 자기반성 없이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언어들의 잔치'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또 많은 철학자들은 어떻게 쉬운 글로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한교수의 그림따라 철학하기'(현암사 펴냄)의 지은이인 한국교원대 한상우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잡은 코드는 '문화'로 '한상우 교수의 문화추리-우리 것으로 철학하기'(현암사 펴냄, 392쪽, 1만2천원)라는 다소 긴 제목이다.

'삼천리가 철학강산이고 반만년이 사상그릇'인 우리의 것으로 철학해보기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또한 도처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문화코드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자기동일성 혹은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은이의 글대로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시도하지 않았을 뿐 어려운 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문화코드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과 동화되거나, 어렴풋하게 나마 알던 것이기 때문이다.

출발은 단군신화와 태백산. 그 것이 역사냐, 신화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군과 태백산의 이야기가 우리 겨레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산신령과 호랑이,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서는 3, 7, 10 등 숫자에 얽힌 이야기, 고스톱에서 나타나는 놀이문화 등으로 이어진다.

또 서동요, 헌화가, 정과정곡 등 향가와 고려가요를 분석하고 한영애의 '누구없소', 김민기의 '친구', 레너드 코헨의 '수잔', 하덕규의 '가시나무새' 등 대중가요를 통해 현대인들의 정체성을 찾아보기도 한다.

철학자의 눈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읽는 하나의 코드인 셈이다.

지은이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전망하고 조망하기 위해 우리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흔적을 살피고 그 안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철학적 사유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문화존재'이자 '문화를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자'로서의 우리는 '자기동일성'을 확립하기 위해 우리 것에 대한 이해작업, 우리 것으로 철학하기를 계속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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