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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따라 세월따라-'비둘기'열차안 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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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졸음과 함께 온다?

이름하여 춘곤(春困)이라 했다.

좀 오랫동안 앉아있다 보면 밀려오는 잠기운에 눈앞이 뿌옇기 일쑤다.

겨우내 입고있던 두꺼운 옷에 몸을 파묻고 잠깐 조는 맛이 그저그만이다.

1,2분 졸았을까. '아!'하고 입을 쫙 벌리고 기지개를 한껏 켜고나면 온갖 피로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다.

젊은시절 기차를 타면 잠도 오지않고 말똥말똥했다.

차창밖 풍경을 살피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길 시간도 부족한데 춘곤증이 찾아올 틈이 있겠는가. 그때만해도 아저씨 아줌마들이 무척 신기해 보였다.

앉자마자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고 심지어 코까지 골수 있는 능력이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면서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팔을 앞으로 모으고 몸을 최대한 움츠려 그걸 피하자니 얼마나 힘들었던가.

나이가 점점 들고보니 그때 우리를 귀찮게(?) 하던 아저씨 아줌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삶이 지치고 고달픈데 틈 나는대로 조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겠는가.

사진은 1970년대 대구인근을 오가는 열차안 풍경이다.

역마다 정차하면서 '거북이 걸음'을 하던 비둘기열차인듯 싶다.

젊은 사람에게는 열차여행의 낭만, 나이든 사람에게는 삶의 지리함이 묻어나는 열차다.

할아버지는 몇개남지 않은 이를 내보이면서 한껏 입을 벌려 졸고 있고, 아줌마는 차창에 기대 점잖게 잠들어 있다.

아마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일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가로 놓여있는 보따리가 남녀유별(南女有別)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춘곤에 취해도 좋으니 비둘기열차를 다시한번 타봤으면 좋으련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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