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100일째 만남 기념선물 명목으로 1만5천원을 빼앗겼습니다".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습니다".
포항시내 모 중학교 최모(15), 김모(15)군 등 중학생 10여명이 1년동안 학원폭력에 시달려 왔던 사실이 경찰의 수사로 밝혀졌다.
최군 등은 작년 3월 신학기 시작과 함께 한 학년 위인 3학년 선배들에게 불려가면서부터 최근까지 20여차례에 걸쳐 수십만원을 갈취당했다.
돈을 뜯어낸 학생들은 작년초쯤 학교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고 체격이 좋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일진회'라는 불량서클 학생들로 여학생도 5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유흥비 등 마련을 위해 후배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을 경우 폭력을 행사하는 등 기성 폭력조직을 흉내냈다.
심지어 300원짜리 풍선껌 1개를 1만원이라며 1통에 5천원으로 싸게 판다고 강매했는가 하면 수시로 다른 급우들에게 돈을 거둬오라고 위협했다.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한줄로 세워놓고 집단구타를 가하며 꼼짝 못하도록 만들었다.
최군 등은 이들의 협박과 폭력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따라야만 했다.
견디다 못한 최군 등이 부모에게 그동안의 사실을 털어 놓았지만 오히려 부모에게 알렸다고 폭행을 당하거나 "죽든 말든 상관안한다.
가만히 안 놔둔다"라는 공갈협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은 중학교 졸업후 시내외 각 고교로 진학한 올해 초까지 후배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휘둘렀으며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피해학생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 내내 텔레비전만 켜면 쏟아져 나오는 폭력물의 영향도 크다"며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드라마에서 미화된 폭력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일고 김진억(42) 생활지도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폭력을 우월감의 표시로 행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교내 상담도우미 활동과 교사와 학생간 1대1 면담 등을 활성화 해 학원폭력을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 남부경찰서는 17일 후배들을 상대로 금품갈취와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모 고교 이모(16), 장모(16)군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16.여)양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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