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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참사 수습 대구시정 사실상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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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참사 수습이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도록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대구시정이 장기 공백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조해녕 시장은 지난 1월 말 구·군 행정구역을 조정하겠다고 나서서 이해 관계가 첨예한 이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지만 모처럼의 기회가 참사 발생 후 완전히 파묻히고 말았다.

3월은 기획예산처가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 초안을 짜는 달이어서 국비 지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기이지만 대구시는 지하철 참사 여파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이다.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돈을 들여 대구시민의 구심점을 만들겠다고 창단한 대구FC 축구단의 개막전이 오는 23일 열리지만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띄울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 위상을 국제도시로 끌어 올리기 위한 뜀틀로 생각하고 유치한 U대회 개막도 5개월 앞으로 다가 왔지만 역시 본래 목적을 향해 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처했다.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선택인 고속철 도심 통과 방식 결정 관련 공청회도 당초 3월 중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연기됐다.

대구시청에서는 지난달 18일 지하철 참사 발생 후 대다수 간부 공무원들이 수습대책본부에 투입되면서 결재 라인이 두절된데다 초기 대응 미숙 및 현장훼손 시비에까지 휘말려 공무원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딱 부러지게 뭣이 안된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뭣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행정 무기력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게다가 중앙특별지원단에 수습 권한을 내주는 등 사실상의 '행정 금치산 선고'까지 받음으로써 대구시는 과연 지역 민심을 추스려 시정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한 고위공무원은 17일 "실종자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시정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희 전 대구시장은 "지금 대구를 보면 실타래가 얽히고 설켜 공멸로 가는 듯하다"며 "대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시민들이 합심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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