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생 종사(鍾生鐘死)!
종소리에 따라 살고, 종소리에 따라 죽는 것이 나의 삶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40대 초반인 지금까지 종소리에 따라 움직여 온 나인 것이다.
주변 동료 교사 가운데는 농담삼아 간혹 이런 말씀을 하는 분도 계신다.
나 죽거든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묻어 달라고....
늘 똑같이 되풀이되는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해마다 다른 학생을 만나고, 같은 학생이라도 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재미나 보람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학급 담임으로 새로운 학반을 맡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의 그 팽팽한 긴장감.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나는 나대로 바짝 긴장을 하며 만나게 마련이다.
올해 첫날 교실로 들어갔을 때, 학생들의 첫 반응은 한 마디로 "휴~"하는 한숨 소리였다.
'안다.
이 녀석들! 너희가 왜 한숨을 쉬는지를'. 내가 꽤나 엄하기로 소문이 난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보면 가장 원하는 선생님 유형이 '친구같은 선생님'이다.
그러나 나는 고루한 탓인지 모르나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교사이며 아이들의 인기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지 오래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며 교사는 교사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학생들은 사회화 과정 속에 있으며, 아직 완성된 사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를 하자고 한들 씨나 먹힐 소리인가?
이와 관련한 일화 하나. 한 여학생이 교칙을 위반하였다.
그래서 회초리를 들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여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여잔데요". 이 말에 평소 잠재해 있던 말이 즉각 튀어나왔다.
"얘가 왜 여자야, 학생이지". 이 말이 옆에서 듣고 있던 선생님에 의해서 교무실에 퍼졌고 한동안 학교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아플 때 학생들이 날 위해 걱정하기도 하고, 졸업생들이 찾아오기도 하는 걸 보면 좋은 교사는 못 되어도 나쁜 교사는 아닌 모양이다.
좀더 부지런해지면 더 신나는 학교 생활이 되겠지.
한일식(운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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