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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전쟁영화를 제작한 것은 5센트 극장시절부터다.

남북전쟁을 재현하는 장대한 규모가 관객을 불러왔다.

실제보다 더 전투적인 엄청난 스펙터클이 드라마틱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특정한 목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의 필요성이 컸다.

1차 세계대전은 달랐다.

일부 반전을 주장하는 영화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전용이었다.

하지만 세계영화계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쟁의 후유증과 함께 인간성의 파멸도 포함하고 있어서다.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할리우드는 다시 변했다.

전쟁을 옹호하고 격찬했다.

나아가 전투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전쟁영웅들의 활약상을 부각시킨 '원맨 히어로 스타일'로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들끓게 했다.

유명배우나 감독, 시나리오 감독들이 앞다투어 군 입대를 선언했고, 여배우들은 전쟁터의 참호 속을 방문했다.

제작자들은 애국심 고취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 할리우드는 또 다른 '전쟁영웅'을 찾고 있다.

여배우는 이미 정해졌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과 육군.공군의 특수병들이 투입되어 구출했다는 미 여군 제시카 린치 이등병이다.

19세의 어린 여군, 적대국 이라크인의 목숨을 건 도움, 여러 구의 미군 시신사이의 구출이라는 극적인 이미지가 영화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국가가 위급할 때면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앞세우는 할리우드가 이번에도 작심하고 정부의 편에 서고 있다.

오늘 우리의 사정도 위급함, 그 이하는 절대로 아니다.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외신도 있다.

영화선전으로 가능할 수 있는 희생과 단결, 형제애와 같은 덕목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계는 '반전이냐 참전이냐'로 끼리끼리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여차하면 정부의 지원을 운운하던 영화계였다.

영화산업은 국가차원으로 다루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충무로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국민이 필요로 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국영화계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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