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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방송가 '경상도사투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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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의 경쟁력'

최근 방송가에서 투박한 대구 사투리로 뜨고 있는 사내들이 있다.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리플해주세요' 코너에서 뛰어난 애드리브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제동(29)씨가 대표적 주인공. 김씨는 SBS '콜럼버스의 대발견'과 '폭소클럽' 등 7개 프로에 출연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전문 MC를 표방하는 김씨의 최대 장점은 전혀 방송인답지 않다는 점이다. 작은 키(170cm)에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얼굴, 여기다가 전혀 표준말을 구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나타나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이어가면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는다. 지금까지 코메디나 드라마에서 의도적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배역이 등장한 적은 있어도 MC가 몸에 밴 경상도 사투리로 성공한 경우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무대에 오르면 '싸가지가 없으셔서 좋겠네요', '그래 니 잘났어요'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억센 억양에 실어 그대로 내보낸다. 독특한 애드리브에 대해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잘난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면 곱지 않게 들리지만 못난 사람이 그러니까 부담없이 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구 지역에서는 이미 알려진 얼굴. 대구MBC와 TBC에서 리포터로 활동해 왔으며 지역 각 대학 축제에서는 단골 MC로 인기를 끌어왔다. 또 삼성라이온즈와 동양오리온즈의 공식 행사 진행자이기도 하다. 김씨가 전국적인 인기몰이에 나서게 된 것은 윤도현밴드의 식전MC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윤 밴드가 뜨면서 자연스럽게 김씨도 활동폭이 넓어지면서 서울 진입에 성공했다.

KBS 개그콘서트 '생활 사투리' 코너에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 몰이에 나서고 있는 김시덕(21)도 경상도 사투리로 성공했다. 대구과학대 연극영상과 출신인 김시덕은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김제동과 달리 MBC 대학 개그제 대상과 KBS 공채 16기 은상 등 정규 코스를 밟아 개그맨의 길에 들어섰다. '내 아 나도'(당신을 사랑합니다), '쥐 잡아 문나'(당신 입술이 참 예쁩니다) 등 김시덕의 내뱉는 사투리는 경상도가 아닌 타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신종 유행어가 되고 있다.

'갈갈이 패밀리' 멤버인 김시덕은 지난해 10월 '생활 사투리' 첫 방송이 나간 이후 6개월만에 팬 클럽 회원이 6000천명이 넘어설 정도로 '스타군'에 진했다. 물론 김시덕도 '쌀'과 '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전형적인 비표준어 사용자다. 김시덕이 속한 갈갈이 패밀리는 5월 18일 대구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

두사람의 성공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비주류'의 성장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정통과 주류로 대변되던 사회 질서가 급격히 개편되면서 '비주류'가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김제동씨의 경우 옷도 의도적으로 촌스러움을 구사할 정도다. 물론 예전에도 사투리로 성공한 경우가 있지만 '반짝인기'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비주류'가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어 이들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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