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저를 창조적 상상력을 지닌 인간을 길러낸 교수로 기억한다면 만족하겠습니다". 이화여대 이어령 석좌교수가 고별강연때 한 말이다.
나는 과연 교직을 떠날때 어떤 교사로 제자들이 기억하게 될까?
교사 생활을 해오는 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당하며 살아왔다.
교사로서의 가치, 태도, 동기, 상상력, 책임감, 사무처리 능력, 인간애 등등. 그러나 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생계 해결을 위해 별다른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보람과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심히 길거리를 지나거나 또는 어디를 방문한다거나, 어쩌다가 모임이 있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가노라면 내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한 제자들이 나타나 "선생님 아니십니까? 제가 00중학교 몇 학년 때 선생님께 국어를 배웠습니다"하며 인사를 해올 때의 즐거움과 가끔 제자들이 편지나 전화, 메일 등으로 안부를 물어올 때의 기쁨은 교사가 아닌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다.
올해 교육주간의 주제는 '좋은 선생님'이다.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올해도 길거리에서, 여행을 하다가 열차 안에서, 혹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장소에서 나를 본 제자들이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제자들이 바람이 벌을 대신해 꽃가루를 운반해 주고, 지렁이가 굳은 땅을 보드랍게 해주듯이 급변하는 사회의 메마른 정서를 촉촉하게 물들여 주는 가랑비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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