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것은 무엇이며, 깨끗한 것은 또 무엇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서로 애매하거나 또 혼동 될 때도 있다.
이 문제를 판가름해야 할 때, 필자는 몽골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한다.
1995년 여름의 일이었다.
필자는 몇몇 한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몽골의 암각화를 답사하게 되었다.
우리가 답사한 곳은 몽골의 중부지역에 위치한 유적이었는데,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이동할 때 이틀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흔히들 몽골을 '13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는 나라'라고 한다.
이 말은 아마도 울란바토르는 비교적 문명화된 도시이지만, 시 외곽으로부터 10km만 벗어나도, 사람들이 전통적인 유목 생활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수도를 비롯한 몇몇 큰 도시를 제외하면 포장도로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도로망조차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우리 일행이 탄 차는 흙먼지를 날리면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려서 목적지로 향하였으며, 저녁에 초원 한 가운데서 유목민의 천막집'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댁의 사람들은 기별도 없이 방문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으며, 안주인은 저녁으로 칼국수를 끓여주었다.
아주머니는 화덕에 불을 지피면서 밀가루 반죽하는 등 요리를 하였는데, 이 때 사용한 땔감은 잘 마른 소똥이었다.
아주머니는 불기운이 약해지면 습관적으로 소똥을 집어서 아궁이에 넣었으며, 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요리를 계속하였다.
물론 손은 씻지 않은 채로….
이런 아주머니의 모습을 지켜본 일행 가운데 한 분은 그 날 저녁에 식사를 하지 않았다.
똥 만진 더러운 손으로 만든 요리라는 것이었다.
그분의 생각에는 똥은 더러운 것이지만, 그 몽골의 아주머니는 똥이 아니라 땔감을 만진 것이었다.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지만 그 날의 저녁 식사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미추(美醜), 깨끗함과 더러움은 모두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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