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산 수놓은 꽃세상 진분홍빛 파노라마

연휴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된, 계절의 여왕 5월도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갖가지 꽃잔치가 펼쳐졌던 봄도 벌써 막바지. 이제 남은 봄꽃이라고는 철쭉만 남았다.

진달래에 이어 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의 향연이 끝나면 무더운 여름. 짧은 봄이 아쉽다고 한탄하지 말고 철쭉이 마지막 봄잔치를 펼치는 지리산 바래봉에 올라 미련 남지 않도록 봄 정취를 느껴보자. 다른 철쭉 명산과는 달리 산을 오르는 코스가 위험하지 않아 철부지 애들도 부담 없이 데리고 갈 수 있다.

남원시 운봉읍 뒤쪽에 우뚝 솟아 있는 바래봉(해발 1,167m). 스님의 밥그릇(바리때)을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철쭉을 감상하기에는 운봉읍 용산마을 주차장을 들머리로 잡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산 하단에서부터 철쭉 군락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마음이 변해 정상 정복을 포기하더라도 집을 나선 목적의 반 정도는 채울 수 있다.

꽃구경 용산마을 코스 무난

진분홍색 철쭉이 신록과 어울려 멀리서 보면 보랏빛인 산자락은 산행 들머리인 용산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면 진분홍색으로 다가온다.

주차장엔 철쭉 산행객들을 보고 전을 벌인 간이식당이 즐비하고 한구석에는 남근석 석조물상까지 자리하고 있다.

산행은 폭 2m 정도의 시멘트 포장길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왼편 철망 저 아래쪽의 철쭉은 벌써 절정기가 지났는지 빛이 바랬고 오른쪽 소나무 숲에는 일찌감치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위쪽에 절이 있음을 알려주는 불경소리와 주차장 엿장수가 틀어놓은 음악이 뒤섞여 귀에 들어온다.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곳 우측에는 운지사가 있다.

길지는 않지만 입구 소나무 숲길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절 건물이래야 자그마한 대웅전과 종각뿐이다.

절에 기거하는 보살이 양봉을 하는지 기와불사 시주를 받는다는 안내문과 토종꿀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바깥 접수대 책상에 나란히 붙어 있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임도다.

계속 오르막이어서 힘이 들고 지루하기도 하다.

길 옆에 활짝 핀 철쭉이나 나무 밑으로 기어들지 않으면 쉴 만한 그늘을 찾기 어렵다.

다른 산행처럼 오솔길을 지나고 계곡을 건너는 아기자기한 맛도 없다.

팔랑치 지나 1.5㎞ 군락 최고

하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 언제나 탁 트여 있는 전망과 발 밑에 펼쳐져 있는 철쭉 군락은 흘린 비지땀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무딘 사람도 새 잎은 연둣빛이고 사계절 푸른 소나무 잎은 짙은 녹색으로 차이가 많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산 중간부분부터 나타나는 히말라야 시더 새 순은 생긴 것과는 달리 아기의 속살처럼 부드럽다.

임도 옆으로 조금씩 남아 있는 옛 등산로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여름 햇볕보다 더 무섭다는 봄볕과 씨름하며 가다 쉬다를 반복한 지 2시간. 하늘이 완전히 열리면서 바래봉의 나신이 눈에 들어온다.바래봉에 서면 동쪽의 천왕봉에서부터 서쪽의 노고단까지 지리산의 주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래봉 철쭉이라고 하지만 바래봉 바로 밑 등산로 주변에는 철쭉뿐 아니라 다른 나무도 거의 없다.

그래도 그렇게 불리는 것은 바래봉이 그 주변에서 제일 높기 때문이다.

산 하단부의 철쭉 군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철쭉 군락은 바래봉 아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해발 1,010m)를 거쳐 1123봉까지 1.5㎞ 구간에 펼쳐져 있다.

산 밑의 철쭉이 키가 들쭉날쭉한 것과는 달리 이곳 철쭉은 하나 같이 키가 비슷비슷하다.

둥글둥글하게 무리지어 있는 것이 마치 조금 전에 솜씨 좋은 정원사가 손질을 끝낸 것처럼 보인다.

10~18일쯤 절정 이룰듯

지난 주말 기자가 들렀을 때 군락 사이로 나무계단이 설치된 팔랑치 주변의 진분홍색 철쭉 꽃망울은 막 입을 벌리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산 전체가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말그대로 산상화원이었다.

10~18일쯤에는 철쭉이 산 전체를 벌겋게 불태우면서 등산객들의 마음까지도 붉게 물들일 전망이다

이곳부터 1123봉까지는 눈이 마냥 즐겁지만 땀은 거의 흘리지 않아도 되는 능선 초원길이다.

원점 회귀 산행에는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되돌아 하산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1123봉 조금 못미처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산덕마을로 내려온다.

이 코스 역시 임도를 걸어야 하며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산덕마을에서 용산마을 주차장까지는 차로 5분 거리. 택시비는 3천원.

▶가는 길: 88고속도로 지리산 IC에서 내려 지리산 방면으로 2㎞ 정도 직진 후 인월초등학교 앞 네거리에서 남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6㎞ 정도 달리면 남원시 운봉읍 사무소가 나오면서 바래봉 철쭉 군락지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주변 가볼 만한 곳: 지난 2000년 산림청이 개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 부문 1위를 차지한 서나무숲(운봉읍 행정리)과, 분재목 같은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수십 그루가 느티나무 한 그루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삼산리 소공원이 바로 인근에 있다.

▶먹을 만한 집: 용산리 주차장에 추어탕과 산나물비빔밥 등을 파는 간이식당이 줄지어 있다.

운봉읍 소재지의 운봉흑돼지전문점(063-634-1588)에서는 주인이 직접 음식물 찌꺼기와 사료를 섞어 먹여 키운 흑돼지 생삼겹살을 1인분(200g) 5천원에 먹을 수 있다.

금강초와 겨자잎 등 여러 가지 야채가 푸짐하게 따라나오고 하얀색에 가까운 된장찌개가 별미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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