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현안 이렇게 찾자(1)구심점 찾기

◇분출하는 현안=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대구.경북에서는 갖가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너무 많아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10년간 지하철 건설과 밀라노프로젝트에만 매달린 것과 비교하면 너무 갑자기 많아져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해석은 다양하다.

신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출신 인사가 많아 과거 정권과 다르구나 하는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가 있다.

대통령이 먼저 '지방분권'을 외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10여년을 침묵해 낙후됐으므로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오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원인과 이유가 무엇이든 다양한 현안을 생산해 대구.경북에 전에 없던 생동감이 묻어나고 있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은 "노 대통령이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역점을 두고 있고 행정수도이전 등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돼가는 분위기라 지역민들이 새삼 희망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왜 안 풀리나='대구.경북은 왜 이다지도 안풀릴까', '대구.경북은 안되는 일만 제기하는 게 아닐까', '야당지역으로 미운털이 박인 것은 아니냐' 등등. 지역 현안들이 난관에 맞닥뜨리자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이 내놓는 자조 섞인 푸념이다.

비합리적인 접근방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핵폐기물처리장 연계 방침과 관련, 소위 공해도 없고 민원도 없는 사업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너무 속 들여다보이는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대구가 유력 후보지로 꼽히던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정부의 핵폐기물처리장 연계 건설 방침으로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은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라"는 노 대통령의 한마디에 시민들은 '이마저도 안되는구나'하며 실망부터 하고 있다.

막 논의가 시작된 한방바이오밸리 조성,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건설, 경부고속철 김천 역사 건립 등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각종 현안이 '도로아미타불'이 돼 지역민들의 의욕마저 상실하면 큰 일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견해가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은 "성급한 기대도 금물이지만 정부의 한마디에 풀이 죽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지하철공사만해도 명분이 충분하므로 지역민이 지혜를 모으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강철 대통령정무특보도 "정부 공사 유치, 한국지하철공사 설립, 경부고속철 역사 증설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긍정적인 분위기다"며 "안이 합리적이면 정부가 지원않을 이유가 없다"고 '희망'을 던졌다.

◇이제 시작이다='밝은 내일'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은 "정부와 같은 배를 타야지 딴 생각을 하고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안된다"며 "한 둘이 나선다고 지역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 국회의원이 나서서는 (정치논리상) 더더욱 안된다"고 했다.

의원이야 법안 하나 만들면 끝이지만 예산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의미하므로 정부와 '코드'를 맞춰야 지역 회생 작업도 순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승홍 의원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실무진과 호흡을 맞춰가며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했다.

박종근 의원은 발상 전환을 강조했다.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땅을 공짜로 주는 것은 물론 시 예산으로 기업을 돕겠다는 적극적 발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법은 다양하다.

문제는 과연 누가 총대를 메느냐이다.

특히 대구는 지하철 참사를 겪으면서 행정주체들의 권위가 붕괴된 마당이라 더욱 고민이다.

여야 정치권, 지자체, 학계, 상공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 여론주도층이 참여하는 수평적 논의 구조 마련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정치권이나 행정이 일방 주도하던 시대는 지난 만큼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고 필요할 경우 역할 분담을 통해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

정부도 이미 "지역대학과 언론, 시민단체, 지자체가 논의해 합리적인 발전안을 만들면 경쟁력 있는 안부터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며 '수평적 논의 구조'를 마련할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상태이다.

대구.경북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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