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잡초'는 히트를 쳤지만 노 대통령의 잡초는 구설수에 올랐다.
나훈아는 잡초를 예찬했고 대통령은 잡초를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에, 그것도 TV를 통해서가 아닌, e메일을 받을 수있는 530만명을 향해 이런 저런 '잡초정치인'을 솎아내자는 속내를 호소한 것은 누가 들어도 덕담이 아닐 터이다.
한나라도 발끈하고 민주당 구주류도 발끈하고 자민련까지 발끈했다면 말씀 많으신 노 대통령이 그예 탈을 내긴 내신 것이다.
편지내용을 보면 개혁 발목잡는 정치인, 지역감정 득보는 정치인, 안보 정략화 정치인을 뽑아야할 잡초랬으니 대충 그 잡초가 어느 부류인지 짐작가게 돼있다.
국정원장 파동때 색깔론을 불러일으킨 한나라와 민주당의 국회정보위 위원이나 신당창당에 반발하는 민주당 구주류 대표들, 대선때의 반노(反盧)계열들이 시끄러울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과 '코드'가 꼭 맞는다는 신임 윤태영 대변인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 특정인.특정정당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했으니 이야기 실컷해놓고 오리발 내미는 것과 무에 다른가?
선의(善意)의 말도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뜻이 왜곡되기도 함은 달변의 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터이다.
개혁도 지지부진하고, 총선은 곧 닥치고, 신당은 왔다갔다하고, 가슴답답한 것은 이해하지만 3천만원이란 '잡초발송비'까지 써가며 보낸 이 편지는 분명 방법상 문제의 소지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시민단체.네티즌들을 통해 정치적 효과를 꾀하려 했다면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하필 어버이날을 빌려 덕담속에 '정치'를 포장해 넣은 것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개혁'의 속내, '신당'의 속내-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을 읽는다.
그러나 말도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는 참 중요하다.
그것도 대통령의 '말'이다.
말 많은 유인태 정무수석까지 대통령에게 말이 너무 많다고 했을 정도이니, 부디 말을 하더라도 그 선의(善意)를 제대로 캐낼 수 있게 어법을 다듬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말속엔 가시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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