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노 대통령과 잡초정치인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정치인,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규정한 이른바 '잡초 정치인'이다.

어버이날에 불쑥 튀어나온 노 대통령의 '잡초 정치인론'이 정치권을 벌집쑤신 듯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어버이날인 이날 e메일을 통해 이 같은 잡초정치인을 뽑아내는 것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어버이인 국민들의 할 일이라고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이고 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이라는 것이나 잡초정치인을 솎아내자는 것은 노 대통령이 즐겨쓰는 관용구처럼 '맞습니다.

맞고요'다.

그러나 어버이가 자식을 낳아 온갖 정성을 다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농부가 잡초를 뽑아내듯이 부패정치인 등을 단죄하라는 것은 뭔가 아귀가 잘 맞지 않은 듯하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이나 신당창당 과정에서의 인적 청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청와대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며 잡초란 표현도 과거 강연에서 여러 차례 표현한 적이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부모님은 자식을 잡초 뽑아내듯 단죄하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노심초사 정성을 다하고 '잘못된 길에 들어서더라도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준다'며 뽑아내지는 않는다.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느라 한 표현이 정도를 지나친 것 같다.

국정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구설수에 휘말려 헛되이 심기를 쏟아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2부.서명수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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