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아.

신달자 「백치애인」 중

청마는 전연 요동 않고 무심한 상대를 '님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라고 노래했었다.

이 시인은 그런 상대를 백치라 단언하고 남몰래 투정하고 있다.

편지조차 띄울 수 없는 사연을 가시 속의 찔레꽃 향기로 앓고 있다.

마치 외길의 숙명을 한평생 그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을...
오는 30일부터 경북 내륙과 동해안에 시속 260㎞급 KTX-이음이 본격 운행되며, 중앙선과 동해선이 3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지역 이동 편...
국민 MC 유재석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언급하며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 가운데,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