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아.

신달자 「백치애인」 중

청마는 전연 요동 않고 무심한 상대를 '님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라고 노래했었다.

이 시인은 그런 상대를 백치라 단언하고 남몰래 투정하고 있다.

편지조차 띄울 수 없는 사연을 가시 속의 찔레꽃 향기로 앓고 있다.

마치 외길의 숙명을 한평생 그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청와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며 내부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이 발언이...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26 구미 달달한 낭만야시장'이 첫 주말에 약 5만 명이 방문하며 성황을 이루었고, 다양한 먹거리와 공연이 시민들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이란과의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