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미끄럼대보다

더 높은 것이

아이들에게는 없다.

그림을 그리게 하면

삼층 교사의 지붕보다

더 높은 키의 미끄럼대를 그린다

차례차례 미끄럼대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 웃는 얼굴 입에는

물린 태양이 있다.

그들은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전봉건 '미끄럼대' 중

우울한 습기가 전연 없는 화창한 시다.

천진한 호사스러움이 어린이의 순수한 동작과 맞물려 하늘에서 내려오는 축복으로 살아 있다.

"웃는 얼굴 입에는 물린 태양이 있다"는 이미지가 절묘하다.

미래, 희망, 평화로 시각화된 동화적 환타지가 티없는 절정으로 꽃처럼 만개되어 있다.

권기호 (시인,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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