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에도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얼굴을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

함부로 다루면 요즘에는 집을 팽 나가버린다.

나갔다하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이 된다.

이웃 아저씨도 그걸 드럼통으로 여기고 두드렸다가

집이 완전히 날아 가버린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한번도 터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들겨도 이 세상까지 모두 흡수해 버리는

포용력 큰 불발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김영남 「아줌마라는 말은」 중

기층 민중 정서의 여성적 명사가 아줌마다.

백화점보다 재래시장이, 양식보다 한식에 어울리는 격의 없는 공기같은 언어다.

자칫 언짢게 하면 격한 강물되어 휩쓸기도 하지만 대개는 너그러운 풍요가 쌓인 텃밭의 미소 같은 것이다.

그것이 어머니라는 명칭 쪽에 기울면 더욱 그렇다.

권기호 〈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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