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이 하룻밤을 살고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헤어진 사람들은 다시 돌아와

이 등불 가에서 만나게 하라

바람 부는 눈밭을 홀로 걸어와

밤이면 잠결마다 찾아와 쓰라리게 보고 싶던 그대

살 속 깊이 박히는 사금파리도

지나간 한 생애 모진 흔적도

이제는 용서하며 지우게 하라

이외수 '점등인의 노래'중

여행이 가진 자의 나들이라면 방랑은 무소유의 떠돌이다.

떠나는 마음 모두 순수해지지만 방랑쪽이 더 삶의 폭과 깊이를 준다.

그만치 존재의 원초적 외로움에 가차이 가게 된다.

이 시는 오래 방황한 자가 등불 들고 그리운 이를 목메어 찾는 기도 같은 시다.

그런 생활에 젖은 이외수의 목소리가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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