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을 뜻하는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스러운 상태를 의미하는 'algia'를 합쳐 만들었다는 노스탤지어. 한때는 질병으로 취급받은 적도 있었다.
의기소침과 우울증을 동반하고 때로는 과도한 눈물과 식욕감퇴가 나타난다고 말해졌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1950년대 미국식 향수병은 달랐다.
'한때 가장 좋았던 것' '가장 멋진 슬픔' 등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동경과 약간의 슬픔이 덧칠된 기쁨,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즐거웠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향수'였다.
향수라는 감정을 파는 문화산업이 돈이 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참이나 늦었다.
80년 후반에야 겨우 정착할 수 있었다.
대신에 내용은 미국을 앞섰다.
무한정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기에 기존의 것을 재등장시킨 아메리칸 유행병과는 달랐다.
검은 교복.공포의 소독차.개장수.노란 택시.디스코 청바지.나무에 못질을 하여 만든 책걸상 등의 복고적 소품까지도 문화산업의 목적인 '달콤쌉싸름함'을 제공했다.
지난 주말 우리지역에 초청 공연된 악극 '봄날은 간다'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향수이야기. 5월 어버이날과 연관된 탓인지 노년관객들로 만원이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생음악도 들을만했고 무대미술은 리얼리티가 넘쳤다.
최주봉의 오버연기, 김성녀의 눈물 짜내는 신파, 윤문식의 애드리브, 김진태의 묵직함도 일품이었다.
가끔 지방공연차 내려오는 이름 값도 못하는 배우들과는 분명 달랐다.
무대가 배우의 예술임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장면을 연결하는 노래 브리지도 좋았고 빠른 극 전개도 재미를 더했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울고 웃는 악극'이 아니었다.
웃음은 있었지만 눈물이 약했다.
배우는 울었지만 관객석에는 웃음이 터졌다.
또한 젊은이들은 사회적으로 좀더 단순했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노인층은 잃어버린 젊음과 순수성을 회고한다는 '악극'에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세대간의 단절을 허무는 데는 향수 만한 것도 없는데....
sdhantk@yahoo.co.kr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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