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부부문제를 다루는 여성상담원들은 할말이 참 많은 듯했다.
지난 20일 홀트대구종합복지관에서 만난 대구가정법률상담소(소장 손기순) 상담위원들은 부부갈등의 원인에서 평화롭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비법까지 2시간여 계속된 대화에서 털어놨다.
이들은 상담소 내담자부부들의 애환과 고충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상담위원 자신들과 주변 이야기로 전개했다.
권경숙(부소장·55), 권숙자(상담위원·61), 유연희(상담위원·49), 송명희(상담위원·48)씨 등이 참석했다.
여성상담소에 근무하는 이들의 눈에 비친 요즘 부부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별거 상태로 이혼을 염두에 둔 30대 젊은부부가 상담소를 찾아왔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행복한 부부사이로 돌아갔지요. 한달여 상담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눈썹 하나 꿈쩍도 않던 남편이 달라지자 그다음부터는 순조로웠습니다.
아내를 대하는 의식이 달라진거죠. 부부캠프를 거치면서 다시 손을 꼭 잡게 되었어요. 이 부부의 예에서 보듯 요즘 남자들의 의식수준이 세태를 따라잡지 못해 부부갈등이 종종 빚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의식은 급속도로 변하는데 남성들의 변화속도는 너무 더디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부갈등이 있더라도 아내가 예전처럼 참고만 지내던 시대는 지나갔지요. 남자는 아직 가부장적 사고 틀 속에 갇혀지내는데 반해 여자는 더이상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을 참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직 여성들이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여성들은 더이상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남성이 돈을 가지고 가정 주권을 지키던 시대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남편들도 문제입니다.
요즘 카드빚 때문에 가정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남편 때문에 빚어진 사태에 아내는 엄청나게 실망하게 되지요. 한마디로 '희망'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젊은 세대는 한번 깨진 '신뢰'때문에 이혼을 주저없이 선택하기도 합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기 때문에 부부싸움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성장배경이 부부싸움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좀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엄마 치마폭에 둘러싸여 자란 마마보이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철없는 남편'때문에 부부갈등이 고부갈등으로 이어져 치유가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시 가정내 부부대화 단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의사소통이 없으면 부부간에 신뢰도, 칭찬도 쌓일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에 묵여있는 남성들에 비해 요즘 여성들은 부부대화기법이라든지 각종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요. 의식수준이 날로 세련되는 여자를 남자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설프게 받은 교육은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경우도 있지요. 좀 과장되게 말하면 부인이 '오버'하는 경우지요. "요즘 세상은 이렇다더라"라고 무조건 남편을 윽박지르는 통에 의사소통은커녕 문제가 꼬이기만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신세대 부부의 경우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부족합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주장만 있고 배려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시어머니와 사소한 마찰에도 양쪽 집안 모두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곤 하지요. 예전엔 어쩔 수 없이 참기도 하고, 훗날(?)을 도모하기도 했는데 인내심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나라의 부부관계는 부부중심이 아닙니다.
여러 이유 중 여자들의 자식집착증도 포함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한테 대접받고 자란 남편은 아내가 그만큼 안 해주면 서운해 한다는 거죠. "자식한테 해주는 것 반의반만 나한테 해보지"라고요.
-좋은 모습도 많아지고 있지요. 최근 딸아이가 출산을 했는데 사위가 출산의 고통을 꼭같이 나누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내딸이니까 하는 욕심도 있겠지만 산후 가사일도 적극 도와주고 해서 친정어머니인 내가 해줄게 별로 없더라구요.
-부부간 역할 구분이 점점 없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부부간 신뢰가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릅니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시대에 따라 가정의 룰도 달라지는 겁니다.
문제는 부부관계도 내가 한만큼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비록 구세대이지만 저희 집을 봐도 그렇고 남편들이 아내를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호주제 문제도 반대쪽에 있던 남편이 찬성으로 기울고, 며느리감도 꼭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좋아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 같아요.
-인생의 많은 문제가 부부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부부관계도 보통의 인간관계처럼 도리와 원칙만 지키면 웬만한 부부문제는 해결된다고 봅니다.
섭섭하고 불만스러운 감정이 굳은살처럼 박혀도 부부이니까요.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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