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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톡톡 튀는 색다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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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영화가 자가분열 중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가문의 영광', '보스상륙작전', '라이터를 켜라' 등 액션과 로맨틱, 조폭 일색에서 벗어난 색다른 코미디가 시도되고 있다.

식상한 코미디영화의 활로인가, 또 하나의 진부한 시도인가.

#퓨전 역사 코미디 발진(?)

현재 20% 가량 촬영된 '황산벌'. 백제와 신라, 고구려 병사의 황산벌 전투를 그린'역사 코미디'다.

박중훈과 정진영이 계백과 김유신을 맡아 서기 660년식 코미디를 선보인다.

곧 촬영에 들어갈 '낭만자객'도 코믹 무협물. 덜 떨어진 자객들이 목숨 걸고 처녀귀신들의 한풀이에 나선다는 얘기.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편은 무협과 역사를 코미디로 풀어낸 '퓨전 코미디'. 코미디가 역사의 옷을 입게 된 것이다.

기존 로맨틱과 조폭으로 대변되던 한국 코미디 자가 분열의 단적인 예.

'황산벌'의 이준익 감독은 "문화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자국의 역사를 풍자할 줄 안다"며 "과거 마당극처럼 풍자와 해학이 가득 담긴 영화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투리가 코미디의 핵으로 등장

'황산벌'의 주인공은 사투리다.

박중훈과 정진영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걸판 진 입씨름으로 관객을 웃길 예정. 주연급 배우의 사투리는 흔치 않은 일. 한국 코믹 연기의 대가라는 박중훈도 일찍이 없었던 사투리 연기다.

조연들의 감초연기에 쓰이던 사투리가 이제 주인공의 입으로 '승격'된 것. 곽경택 감독의 '똥개'에서 주인공 정우성은 경상도 사투리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또 다른 시도 '최민수 납치 사건'

'최민수 납치사건'(가제)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시나리오. 최민수의 독특한 말투를 배우기 위해 최민수를 직접 납치한다는 얘기를 그린 코미디다.

워낙 상황 설정이 독특하고 코믹해 벌써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민수 납치사건'은 현존하는, 그것도 활동 중인 영화인을 희극화한 첫 번 째 영화. 최민수의 '막가는 말투'가 코믹 상황의 키 포인트. "최민수니까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 장르와 줄거리 중심의 한국 코미디의 색다른 시도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코미디 왕국'

"웃기면 됐잖아!" 한 코미디영화 감독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웃기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풍조. '웃기면 돈 된다'는 단순한 공식이 영화 제작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우리는 깊이 있는 영화를 찍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내 뱉을 수 있는 것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한국 코미디영화는 풍자 없이 코믹한 상황을 짜 맞춘 상업 코미디가 일색. 할리우드영화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와 같이 코믹 속에 숨겨진 풍자와 곱씹을 수 있는 교훈은 시도조차 없는 것이다.

영화 인터넷 사이트 '필름 2.0'(www.film2.co.kr)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의 흥행이 코미디 위주의 한국영화 흥행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총 3천500명 중 85%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개봉 예정에 있거나 제작 중인 영화들을 보면 아직도 코미디는 강세다.

85%의 응답자는 "이제 제대로 된 코미디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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