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단! 그는 우리의 첫애였다.
3.6㎏의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중증장애아를 키우는 한 미국인 가족의 감동적인 얘기를 담은 책 '쓸모없는 것의 가치(화니북스 펴냄)'의 시작은 이러했다.
'우리는 그의 이름을 미리 지어놓고 있었다.
에이단(Aidan). 아이가 태어나기 두달전, 아내 모린은 옛날 아일랜드 말에서 그 이름을 따왔는데 에이단은 '가정의 아늑함'이란 뜻이었다.
이 아이는 우리의 마음과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저자인 샘 크레인(월리엄스대 동양학 전공 교수)은 에이단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너무나 행복했다.
사랑스런 아내, 좋은 직장, 새로운 집, 새로운 개....
에이단이 태어난 지 아흐레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서 이들 부부의 끔찍한 불행(?)이 시작됐다.
정신지체, 시각장애는 물론이고 5세 이전에 죽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이어 찾아온 폐렴으로 급식관을 삽입해 영원히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에이단은 보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절망한 샘 크레인은 동양학자 답게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주역'을 펼쳐든다.
'물은 끊임없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른다'.
에이단의 장애는 점점 심해졌고, 쉴새없이 병원을 오가야 했다.
과학과 의학의 한계를 처절하게 느낀 그는 병원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좀더 긍정적이고 확신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아 나섰다.
'천하는 신비로운 그릇이다.
마음먹은 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어떤 것이다.
개선하려고 하면 실패할 것이고, 잡으려고 하면 잃을 것이다'.
그는 이 구절을 통해 보지도 듣지도 걷지도 못하는 에이단이지만, 정상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에이단도 이 세계의 한 부분이고, 에이단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의사들의 판단이 그릇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쓸모없는 것의 가치'라는 책 제목도 '장자'에서 따온 것이다.
"누구나 쓸모 있는 것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쓸모없게 되는 것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 일인지 누가 알겠는가?" "만일 그대가 쓸모없다면 그대에게는 슬픔도 없다".
저자는 첫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행복한 순간부터 장애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위기, 고통 등을 가식없고 현장감 있는 문장으로 써내려가 깊은 감동을 준다.
또 중간중간에 인용된 '도덕경' '장자'같은 동양철학을 통해 현대 물질사회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서양인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후 샘과 아내 모린은 둘째 마거릿을 낳았고, 에이단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유아원에 다니고 있다.
에이단은 의사가 예언한 다섯 살은 넘겼지만,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는 모른다.
저자는 동양사람보다 훨씬 더 동양적인 사고를 드러내며 결론을 맺는다.
"지금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들은 하루하루 최선의 삶을 꾸려가며 자연의 도를 따라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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