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 이라크 WMD정보 조작설 파문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과장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있는 가운데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내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거짓 정보보고를각의에 보고해 영국을 이라크전에 끌어들였다는 주장이 영국 하원에서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지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클레어 쇼트 전 국제관계개발 장관이 이같은 주장을 제기했으며, 영

국 하원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이라크전쟁 청문회 개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이에 앞선 21일 더타임지가 영국 총리실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량

살상무기 보고서 작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는 비밀 메모를 공개해 파

문을 일으켰다.

더 타임스가 보도한 비밀 메모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최고위 정

보담당 관리들

은 앨러스테어 캠벨 총리 공보수석과 긴밀한 협의 끝에 보고서 발표를

수일 앞두고

'결론' 부분을 삭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라며 의회에서

발표한 영국 정보기관들의 합동 보고서 내용 작성에 총리실이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영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뒤집는 것이다.

여.야의 비판 세력들은 총리실이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생물.화학무기를 실전배

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포함,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부당한 전쟁'을 벌였

다고 비난해 왔다.

비밀 메모 공개 직후 일단의 하원의원들은 발표 직전 삭제된 부분을 포함한 50

쪽 짜리 보고서의 전문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비밀 메모 공개는 유럽 방문에 나선 블레어 총리가 전날 스카이뉴스 TV와 인터

뷰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여전히 확신한다며 이라크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토

대로 축적된 새로운 증거들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지난해 9월 블레어 총리가 공개한 대량살상무기 보고서는 영국 최고위 정보기관

인 합동정보위원회(JIC)가 작성한 것으로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적

으로 작성된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비밀 메모에 따르면 존 스칼렛 JIC 위원장은 최종 보고서 확정을 앞두고

캠벨 공보수석과 긴밀한 협의를 가졌으며 이 과정에 데이비드 오우먼드 안보조정관

, 데이비드 매닝 총리 외교정책보좌관, 조너선 파월 총리 비서실장 등도 개입한 사

실이 확인됐다.

캠벨 공보수석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스칼렛 위원장은 "블레어 총리의 '서문'은

포함됐지만 '결론'은 빠졌다"고 적고 있다.

내부 제보자들은 이 메모가 정보기관 책임자들과 블레어 총리 측근들 사이에서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한 치열한 논란 끝에 '타협'이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캠벨 공보수석은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가 제기하는 위협을 "간단하면서도

선정적인 단어"로 묘사할 것을 요구한 반면 정보기관들은 "확실히 입증된 사실이 없

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완강히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총리실과 정보기관들은 과장이 심한 결론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보고

서의 나머지 부분이 '정확하다'고 스칼렛 위원장이 서명을 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기

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이날 BBC TV방송의 아침 대담프로그램에 출연,

"정보보고서에서 조작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스트로 장관은 "이라크는 (대량살상) 무기 시스템을 갖고있었으며 이를 확장 중

이었으며 이를 담은 증거들이 정보보고서에 있었다"면서 미국과 영국 당국이 이라크

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의 신

빙성에 개인적으로 의문을 표명했다는 가디언지(紙)의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 부인했다.

가디언지는 지난 달 31일자에서 스트로와 파월 장관이 지난 2월5일 유엔 안전보

장이사회 회의 직전에 뉴욕에서 사적인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에 관한 정보의 신빙성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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