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산당 허용'…이 무슨 말인가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조바심하게된다.

대통령의 솔직함이나 권위주의 파괴의 소탈한 모습은 그것대로 평가해 줄만한 일이다.

그러나 솔직과 소탈이 지나쳐 기이한 언행으로 비쳐지는 일들이 하루가 다르게 터져 나오고 있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의 정서나 심기를 고려하는 듯한 사려를 찾아볼 수 없다.

국정혼란과 경제파탄의 주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갈 지(之)자 언행 때문으로 지목되는 마당에 말이다.

노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 우호국의 순위를 일.중.미로 꼽아 우리를 황당하게 만든 바 있다.

지금 지구촌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중심으로 움직여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안보나 경제 등 국익추구 차원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통령이 이런 초보적 국정 운영의 틀을 부정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뒤늦게 알려진 일본 중의원 간담회에서의 발언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공산당을 하나의 당파로 존재시킬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다.

그러나 맞는 말도 때가 있는 법이다.

공산당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나라에서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공산당 허용'을 운위할 수는 없다.

장삼이사도 아닌 대통령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6.25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 피해자들이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고 있는 터에 이 무슨 기이한 발언인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말과 겹쳐지면 그 색채가 더욱 뚜렷해진다.

대북 포용도 좋지만 섣부른 민족주의로 혼돈의 국제질서를 해석하고, 거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폐쇄적 태도는 우리의 고립과 국가 입지 약화를 가져올 뿐이다.

더 이상 즉흥적 발언들이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이때 대통령이 불필요한 잡음을 계속 쏟아놓으면 나라의 구심력과 위기타개 능력만 훼손될 뿐이다.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국정은 표류하고, 쓸데없는 논쟁에 매달려 국력만 허비하게 된다.

대통령은 한시 바삐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말수를 줄이고,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역사 앞에 깊이 성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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