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끄러운 교통문화

우연한 기회에 미국인 두 명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대구시내를 돌아본 적이 있었다.

차가 네거리에 접어들어 신호를 받아 멈춰섰다.

잠시 후 우리쪽 녹색신호가 들어오기 직전 옆 도로 신호등에 예비신호인 노란색 불이 들어오자마자 우리 차 양쪽에 서있던 시내버스와 택시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경적을 울리면서 쏜살같이 질주했다.

이 때 두 명의 미국인 중 한명이 옆 동료에게 나직하게 하는 말이 "그것봐, 여기서는 이게 기본이야, 안그러면 욕먹거든"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이미 한국에서 3년을 생활했는데 한국인의 운전습관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아는 듯 말했다.

너무나 부끄럽고 뜨끔했다.

외국인들까지 우리를 무질서와 조급증에 가득찬 국민으로 인식해왔다는 것은 너무 비참한 일이 아닌가. 그 미국인 표정은 한마디로 "내 말이 맞지?"하는 표정이었다.

이미 동료에게 한국적 조급증에 대해 설명했는데 때마침 현장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아주 통쾌하다는 듯했다.

정말 우울한 순간이었다.

신연식(대구시 봉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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