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키로 결정함에 따라 정국은 또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는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전형적인 편가르기식 국정운영이라며 새 특검법 제정, 국무위원 해임 결의안 상정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맞설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는 6.15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려는 고심의 결단이라면서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해도 마냥 끌려다니지만 않겠다며 일전불사를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특검 기간 연장은 특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의 취지와 정신에 맞고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며 대통령이 따라야 할 원칙이고 정도"라면서 "노 대통령이 특검의 조기 종료로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면 심각한 오판이고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당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특검법 제출 △국회 계류중인 정부 법안중 민생과 관련이 없는 법안에 대한 안건 심의 거부 △교육부총리 등 사안별 국무위원 해임 건의 등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결집해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현 정권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처절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이후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하순봉 최고의원은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재직시 6년간 7천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특검을 운영하면도 국정위기나 대통령의 권한 침해 등의 이유로 특검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택 총무는 "새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여권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방해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모 방송사 여론조사 등을 보면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거부하면 어떻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대북송금 의혹사건 진상규명위 이해구 위원장도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과 실체 규명은 비켜가면서 청와대 대출압력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착복 사건으로 성급하게 끝을 맺어가려는 인상이 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특검수사가 계속될 경우 남북 화해.협력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한나라당이 특검수사를 정쟁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특검연장 명분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는 150억원 비자금 의혹 사건은 대북송금과 관련 없는 것으로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특검 연장 반대 입장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당의 특검 연장 반대 분위기는 신.구주류를 막론하고 팽배했다.
의총에 앞서 주말인 22일에는 60명의 의원들이 특검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의 결정은 적절한 것"이라며 "150억원 의혹사건은 대북송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만큼, 검찰이 일반사건으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주류인 이재정 의원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따로 수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범동교동계 이훈평 의원도 "특검은 국익에 하등의 도움이 안되는 것인 만큼, 처음부터 거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정 협조 거부 및 관련 국무위원 해임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지자 적지않게 고심하는 분위기다.
여야가 당내 사정으로 민생현안을 등한시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대치국면으로 국회 파행이 일어날 경우 여론을 감당하기 쉽지않다는 것.
이에 대해 문석호 대변인은 23일 "또다시 재연될 한나라당의 발목잡기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산적한 민생현안으로 여야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강경 자세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냥 (한나라당에) 끌려 다닐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특검 연장 반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한나라당의 동향을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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