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부지 잘 있나?…물 빠지면 오꾸마…".
집중호우 때마다 제방이 넘쳐 다리가 물에 잠기고 마을이 '육지 속의 섬'으로 고립돼 발만 동동 구르며 가족의 안부를 묻던 곳이 이제 어엿한 육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경남 합천군 청덕면 가현리∼미곡리 등 10개 마을을 잇는 튼튼한 다리가 우뚝 섰기 때문이다.
황강을 가로지르는 이곳은 지난 1983년 가설된 청덕교가 있었으나 잠수교인 탓으로 해마다 수차례씩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따라서 미곡리를 포함한 성태.삼학.소례.운봉리 등 10개 마을 900여명의 주민들은 그때마다 고립되고, 응급환자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119구급대 모터보트에 의존하는 등 큰 불편을 겪어 왔다.
특히 지난해 집중호우때는 가현제방 붕괴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도시의 가족들이 고향 걱정에 몰려들기도 했으나 물이 빠질 때까지 강 양편에서 손만 흔든채 안부만 확인하고 돌아가는 안타까움을 겪기도 했다.
청덕교 개통식에서 미곡리 이장 이만호(66)씨는 "내륙지역에 살면서도 비만 오면 섬마을 신세를 겪는 서러움이 컸다"며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있구나…"라며 기뻐했다.
합천군은 이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 총 사업비 85억원을 들여 접속도로를 포함한 총 연장 971m의 교량을 (주)명성건설 등 3개 업체를 선정해 2여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 17일 준공식을 가졌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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