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은 옛날 '묵', '묵어'로 불려진 동해안의 대표적인 계절 생선이다.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시 피난중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별미였다.
신하들에게 이름을 물어보자 '묵'이라고 답했다.
선조는 맛에 비해 이름이 너무 보잘 것 없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아무나 잡아먹지 못하도록 일렀다는 것이다.
나중에 궁중에 들어와 '은어' 생각이 나서 다시 시켜먹었으나 예전과 달리 맛이 없었다.
그래서 선조는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부르고 누구나 잡아먹도록 하라고 명을 바꾸었다고 한다.
신하들은 동해안까지 가서 도루묵을 구해온 수고에도 아랑곳없이 도로 물리는 처지가 돼 헛수고를 한 셈이었다.
이런 유래로 인해 '도로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발음이 변해 '도루묵'이 되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흔히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동해안 어민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전해온다는 것.
도루묵은 길이 20cm의 작은 물고기로 등쪽이 황갈색이고 옆구리와 배부분은 은백색의 지방이 적고 담백하면서 살이 무척 연하다.
도루묵은 불기를 조금만 가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겨드랑이에 넣다 빼도 먹는다는 우스개 말까지 있다.
도루묵은 동해안 물고기 가운데 몸무게로 따져 몸값이 가장 비싼 생선이기도 하다.
수컷마저도 제철것은 1마리당 2천, 3천원을 호가한다.
도루묵은 알이 막 배기 시작하는 10월, 11월 초순이 가장 기름지고 제맛이 난다.
이때 잡히는 도루묵은 암컷이나 수컷 모두 기름져 석쇠에 구워 소금만 찍어 먹어도 감칠 맛이 각별하다.
특히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 찬 암컷은 오독오독 씹히는 알맛이 좋아 그 맛을 최고의 별미로 쳐주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알이 제대로 밴 암컷은 일본에 수출돼 맛보기 어렵게 됐으며, 이미 금값이 된 도루묵은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심지어 청소년들은 도루묵이란 생선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