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든 이웃에게 흥겨운 노래봉사

예성회(藝聲會)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흥겨운 노래로 잠시나마 즐거움과 위안을 맛보도록 해주는 봉사단체다.

대구 연예인협회 등록가수 가운데 가창력과 봉사심이 남다른 25명의 남녀가수들로 구성된 예성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96년 3월.

김성훈 회장과 신광우 부회장 등 20여명의 등록가수들이 가수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서로 뜻을 같이하면서 예성회는 출범했다.

봉사를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회원이 되려는 가수들은 노래 실력과 봉사자질뿐만 아니라 품행 또한 모범적이어야 한다.

회원들은 지금까지 대구인근 요양원과 양로원, 장애인협회,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연간 6~7회씩 위문공연을 벌여오고 있다.

공연은 한번 할 때마다 2시간씩 진행되지만 노래에 필요한 밴드외에 분위기를 흥겹게 하기위해 코미디언 등 외부출연자를 초청해야 하는 데다 음식과 다과까지 준비해야 하다보니 공연 규모에 따라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부대경비가 소요된다.

회원들은 월 1만원씩 내는 회비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공연 때마다 찬조금을 보태 공연을 해오고 있다.

사할린 귀국동포 50여명이 살고있는 고령 대창양로원의 경우 예성회에서 일곱차례나 공연, 노래와 준비한 음식으로 노년을 고국에서 쓸쓸하게 보내고 있는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양친이 일찍 돌아가신 회원들은 공연에 더욱 열심이다.

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 행사 동안에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한다.

양로원 및 요양원, 군부대 공연외에 회원들은 매년 한차례 성금모금 자선공연을 벌여 수익금을 기탁하고 있으며 구청의 후원을 받아 경로음악회도 열어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왔다.

예성회 남녀 회원들은 각종 가요대회에서 수상한 실력파들로 다양하게 가수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축제나 사회단체 행사, 청소년 축제 등 각종 행사에 초대가수로 출연하는 것 외에 야간업소출연, 음반취입 등을 통해 가수로서 능력과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예성회는 선·후배들간 우의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젊은 후배들을 키워주려고 하는 선배들의 진심 어린 마음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예성회 활동 3년째로 국악을 전공했지만 트로트나 사물놀이 등에 능한 박미화씨는 선배인 신광호 부회장의 도움으로 MC를 맡아 가수가 아닌 MC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박씨는 MC가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노래만 부르던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히게 해준 선배들의 지원과 격려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선배들은 젊은 후배들이 이처럼 무대에 서는 기회를 가급적 많이 만들어 주려고 애쓴다.

후배들은 이와 함께 선배들을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족보를 알게 되고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됨으로써 가수활동에 큰 도움을 입고 있다.

예성회의 위문 공연기획을 도맡아 하며 모델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광호 부회장은 "후배들이 바쁜 가운데도 봉사활동에 솔선수범을 보일 정도로 인성면에서도 나무랄데 없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씩 있는 정기모임과 김성훈 회장이 운영하는 수성1가 가요학원에 수시로 모여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대화는 공연계획, 지역 가요계 근황, 출연섭외부터 회원의 개인적 고민 등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이어진다.

60년대 지역에서 가수로 크게 활동했던 김성훈 회장과 오예남 고문은 후배들을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가수로서 지켜야할 도리 등을 지도해주고 있어 후배들이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지역 가요계 원로급인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4년 이상씩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후배들의 대견함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한다.

예성회의 선·후배간 단합과 회원들간 돈독한 유대는 지역가요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예성회에 가입하려는 희망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성회 김성훈 회장은 가수자격증을 가지고 사심 없이 봉사하려는 진실된 마음을 가진 희망자에게는 항상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광호 부회장은 위문공연은 다른 일반공연과 달리 진솔함을 맛볼 수 있어 공연이 진행될수록 흥이 더 난다고 한다.

여성회원들은 양로원의 할머니들이 손을 잡고 내 딸 같다고 반가움을 감추지 않을 때 정말 친어머니 같은 생각이 들어 공연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예성회 사무실에는 군부대를 비롯 각종 기관단체로부터 받은 감사패들이 줄지어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펼치는 노래를 통한 이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담은 감사패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이 있더냐고 반문하며 회원들은 밝게 웃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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