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젊은 대구·경북 다시...-시도정 업그레이드=대구

정보화시대를 맞아 PC가 필수품이 되면서 '업그레이드'란 외래어도 일상 용어가 됐다.

컴퓨터라면야 업그레이드가 쉽지만 '대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업그레이드를 미룰 수 없는 무한경쟁 시대이다.

대구는 심각한 갈등 구조 속에 폐쇄·고립주의 덫에 걸려 있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하더라도 지역내 총생산(GRDP)이 10년째 전국 시도 중 꼴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하철 대참사라는 유례없는 시련을 맞아 민심마저 흐트러졌다.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총체적 리더십 부재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대구 업그레이드론을 거론하자면 지역민들의 기질부터 짚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 고위 공무원 이모씨의 이야기.

"학교 동문 여럿이 만나는 술자리는 끝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막판에는 늘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나보다 못한 놈이 사회에서 좀 성공했다고 목에 힘 준다'는 시비가 붙고 나중엔 멱살잡이로 이어진다.

IMF사태가 닥치고 DJ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앙무대에서 밀린 대구 출신 인사들이 고향으로 돌아 오길 희망했지만, 대구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대전으로 경기도로 터를 옮겼다.

지금 대구가 앓고 있는 서울과의 '라인 단절'은 대구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계간 '문학과 경계' 여름호 논문을 통해 '대구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가장 심각하게 집적돼 있는 비극의 도시'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혈액순환도 신진대사도 안되는 대구 정치권의 동맥 경화증 △동종교배의 후진적 관계구조에 따른 견제와 비판 문화 부재 △지배 집단이 앓고 있는 수구병 △연고주의 등이 나열된 폐해들이었다.

홍 교수는 대구 정치권, 지방정부, 지역언론, 지역대학, 시민의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괴적인 지역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열린 애향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되며, 대구가 국가권력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소중앙주의'도 벗어던져야 한다고 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대표자회의 의장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획일성 즉 다양성 부재가 대구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구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잡종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형태로든 다른 지역 인구의 유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도 많이 들어 와 '섞여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구 주도층의 연령도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가 센 대구가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40, 50대가 각계의 주축이 되는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도 폐쇄성·보수성에서 탈피해 지식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하며, 분권시대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프로그램 즉 '대구 업그레이드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구 지역민들의 뿌리 깊은 기질을 쉽게 바꿀 수 없을 뿐더러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다.

박일환 대구시장 비서실장은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대구 사람들의 단점만 너무 부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지도층과 언론에서 '대구는 안된다'는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목소리만 팽배해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신뢰를 중시하고 인간적이기도 한 대구인의 기질이 산업 발전에 장애 요소만은 아니며, 장점과 단점은 마치 동전처럼 양면성으로 존재하는 만큼 대구인의 기질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혁신기업연합회 수석대표 권용범(40) '컴텍스' 사장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인적자원의 20%를 배출하고 있을 정도로 대구는 국제화를 위한 인적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면서도, "그같은 엄청난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권 사장은 "U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들어야 한다"며, "30, 40대가 대구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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